강원도청 자치정책과 직원 13명이 출연한 연극 <공명선거를 아십니까?>가 13일 오후 강원도청 신관 대회의실 무대에 올랐다. 연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공직선거법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제작됐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강원도청 ‘공명선거 아십니까’ 연극무대
자치행정과 13명 한달 연습
외부 연출가가 재능기부
“이처럼 집중했던 교육 없었다”
자치행정과 13명 한달 연습
외부 연출가가 재능기부
“이처럼 집중했던 교육 없었다”
13일 오후 강원도청에서 대회의실로 직원 200여명이 몰렸다. 입구 곳곳엔 ‘불법 선거와의 전쟁-모르는 놈들 전성시대’란 홍보 포스터까지 붙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란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으로 공무원들이 선거법을 잘 모른다는 것을 꼬집었다.
막이 걷히고 극이 시작되자 낯익은 공무원들이 하나둘 무대에 올랐다. “군수님이 재선해야 당신이 국장이 되지. 난 국장 사모님 소릴 듣고….” ○○군청 김 과장(전준환 행정계 주무관)은 부인(정아영 행정계 주무관)의 앙칼진 지청구에 주눅이 들었다. 잠시 뒤 김 과장은 송 면장(김정남 민간협력담당)을 만나 “면장님만 믿겠습니다. 군수님껜 제가…”라는 은밀한 대화를 건넸다. 송 면장은 “군수님 업적이 상세히 기록된 제작물을 만들어 면 전역에 뿌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함께 웃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강원도청 자치정책과 직원들이 무대에 올린 <공명선거를 아십니까?>(사진)의 일부분이다. 공직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선거 개입과 조직적 불법 선거 사례를 고발했다.
2막에선 후보자와 공무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주민자치위원회 위원과 통·리·반장 등의 검은 고리가 무대에 올랐다. 공무원(김불법)은 돈을 받고 지역 주민의 명단을 최선거(선거 운동원)에게 건네고, 김후보(후보자)는 정복순(부녀회장)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돈봉투를 쥐여 준다.
직원들은 35분여 동안 박수, 웃음, 한숨 속에 연극을 즐겼다. 도 자치행정과 직원 13명은 지난달 중순부터 업무 시간 뒤 2~3시간씩 연극을 준비했다. 창작뮤지컬 <윤희순>을 연출한 김정훈 통통창의력발전소 대표가 재능기부 형태로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연극을 제안한 홍미료 자치정책과 주무관은 “친숙한 직원들의 무대 공연을 통해 ‘선거 중립’을 지키고, 선거법 이해도를 높이려고 연극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을 불법 선거에 끌어들인 군수 역을 한 김보경(민간협력계 주무관)씨는 “태어나서 처음 연극 무대에 올라 너무 떨렸다. 하지만 직원들의 큰 관심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극을 본 박철화 건설방재국 주무관은 “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법 교육을 받았지만 이번처럼 집중했던 적은 없었다. 연극을 통해 공직사회의 줄서기 등이 얼마나 우스꽝스런 일인지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극 뒤 김기병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과장의 선거법 강의도 있었다. 김 과장은 “공무원들이 연극을 통해 선거 개입 등 불법 사례들을 생생하게 알려 교육 효과가 빼어났다. 자치단체들이 내부적으로 이런 사례 교육을 통해 선거법에 대한 경각심을 두루 일깨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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