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의 개인사와 공약 사업 등을 사찰하는 등 지방선거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새누리당 성남시장 출마예정자와 우익·보수단체들이 나서 이 시장을 겨냥한 정치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약점을 감추기 위해 공연히 국정원을 끌어들여 사실을 감추려 하고 있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시장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무책임한 거짓 주장을 한 데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지난 7일 공식 발표했던 국정원이, 이 시장이 문제를 제기한 지 일주일이 되도록 아무런 조처나 움직임도 없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박영숙(58·여) 전 성남시 분당구청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댓글사건 등 지겨운 정쟁으로 국민을 지치고 짜증나게 만들었다. (이 시장의)국정원 관련 기자회견을 접하며 ‘이건 정말 아니며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 등으로 침묵하고 방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청장은 6월 지방선거에 새누리당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하려고 한다. 그는 “성남을 국정원 정쟁의 싸움판으로 만들겠다는 이 시장 개인의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기 위한 얕은 계산에 민주당마저 부화뇌동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새누리당 후보로 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장대훈 전 성남시의회 의장도 이 시장을 겨냥해 “성동격서(‘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친다’라는 뜻으로, 상대편에게 속임수를 써서 공격하는 것을 이르는 말)다. 논문 표절과 가족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은 이 시장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 사찰 문제와는 별개다”라며 이 시장이 국정원과 이들 문제를 연계시킨 것을 공격했다.
또한, 애국시민단체임을 내세우며 지난해 10월 성남시청에서 창립총회를 연 ‘자유민주국민운동’(운영위원장 최인식)은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시장을 맹비난한 뒤 시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 시장은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석사논문 표절, 형수에 대한 패륜적 막말, 통합진보당과의 정책연대에 따른 종북 논란으로 궁지에 몰리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국정원을 끌어들인 전형적인 물타기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시장은 순수한 애국민주세력들의 종북척결대회를 마치 국정원이 자금을 지원하고 개입한 듯 주장하고 있다.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조처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 시장을 출당 조처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성남시민단체협의회’도 함께 했는데, 이 단체는 지난해 8월30일 “반역사적인 정치세력들에게 쓴소리를 통해 올바른 통합의 길을 가도록 비판·감시를 해야 할 시민단체가 없다”며 성남시청에서 출범했고, 자유민주국민운동 최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사자인 국정원이나 이 시장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해당 조정관(IO)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때문에 새누리당 성남시장 후보들과 우익·보수단체들이 국정원을 대신해 이 시장과의 ‘대리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국정원은 이 시장 폭로 직후 “성남시 사회적기업 현황 등에 대한 정보수집은 내란음모·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연계 수사 과정에 필요한 적법한 보안정보 활동이었다”며 이 시장을 민·형사상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시장 쪽은 “정작 나서야할 당사자인 국정원은 조용한데, 엉뚱한 사람들이 국정원을 입장을 옹호·대변하고 있다. 모든 주장과 반응을 예의주시해 적절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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