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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밀양 주민 10명 중 4명 “자살하고 싶다”

등록 2014-01-09 16:13수정 2014-01-09 16:29

2013년 5월 21일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한 20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위양마을과 대항리 평밭마을 주민들이 마을 어귀 소나무에 줄을 쳐서 공사 장비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밀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3년 5월 21일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한 20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위양마을과 대항리 평밭마을 주민들이 마을 어귀 소나무에 줄을 쳐서 공사 장비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밀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송전탑 예정지 주민 실태 조사
87%가 평균보다 높은 우울 증상…작년 조사 때보다 2배
765㎸ 송전탑 건설 갈등이 진행 중인 경남 밀양 주민들이 10명 중 4명꼴로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겨레>가 단독입수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의 ‘밀양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 침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나는 기회만 있으면 자살하겠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주민들이 조사대상자 317명 중 34명(10.7%)이었다. 이들은 자살을 단순히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걸 넘어, 언제든 실행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에 해당한다. 이 비율을 ‘나는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고 응답한 91명(28.7%)와 합하면, 조사대상 주민 10명 중 4명꼴로 심한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셈이다.

인의협은 지난 3~5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부근 4개면(단장·산외·상동·부북면) 주민 317명을 대상으로 자기기입식 설문지를 통한 정신심리검사를 했다. 조사대상자들은 평균 64.1살이다.

주민들은 우울·불안감을 심하게 겪고 있었다. 주민 가운데 일반인 평균보다 높은 우울 증상을 보인 사람들이 87.3%였다. 우리나라 65살 이상 노인들의 우울 증상 유병률 30% 안팎에 견줘도 3배가량 높은 것이다. 일반인 평균보다 높은 불안 증상을 보인 사람들은 81.7%였다.

주민들의 우울·불안 증상 유병률은 같은 단체에서 지난해 6월 주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보다 2배 이상 치솟았다. 조사대상자가 지난해 79명에서 올해 317명으로 크게 늘었는데도 아픔을 호소하는 주민 비율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보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분석을 맡은 이상윤 인의협 정책위원은 “초기 불안감이 주종이던 감정 상태가 우울감으로 바뀌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불안감에 비해 우울감은 만성화, 고착화되어 정신심리적 질병으로 전화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심하게 겪는 우울 증상은 ‘나는 모든 것이 다 불만스럽고 짜증난다’(59.0%), ‘나는 너무나도 슬프고 불행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다’(57.7%), ‘나는 앞날이 아주 절망적이고 나아질 가망이 없다고 느낀다’(56.2%) 등이었다. 불안 증상의 경우 ‘편안하게 쉴 수가 없다’는 감정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57.4%, ‘매우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는 감정을 심하게 느끼는 이들의 비율이 53.0%에 이르렀다.

이상윤 위원은 “당장 전문가의 정신심리적 개입이 필요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치료에 나선다 해도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 더 문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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