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지역 시민단체 등이 3일 오전 서울 강북구 창문여고 앞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이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 쪽은 이날 지학사 교과서로 교재를 바꿨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학생·학부모들 항의에 10곳 철회
“현대고 학교운영위 안열고 채택”
전교조, 회의록 조작 의혹 제기
“현대고 학교운영위 안열고 채택”
전교조, 회의록 조작 의혹 제기
친일·독재 미화, 무더기 사실 오류 등의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발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들이, 학생·학부모 등의 항의에 잇따라 이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3일 오후 현재 전국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고교 15곳 가운데 10곳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취소했다.
경기도 성남시 사립고교인 분당영덕여고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고 3일 밝혔다. 학교 쪽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세 다시 교과서를 선정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는 경기도교육청에 이 학교로 배치된 신입생 배정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경기도 여주시 여주제일고와 양평군 양서고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재학생들이 지난 2일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수원시 사립고 동우여고와 같은 재단의 사립고인 동원고에서도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취소했다. 경기도내 고교 445곳 가운데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 6곳이 모두 결정을 철회했다.
서울 강북구 창문여고는 3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지학사 교과서를 한국사 교과서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창문여고 쪽은 “한국사 교과서 후보 3종류에 교학사 교과서가 올라왔지만, 최종 단계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관계자는 2일엔 <한겨레>에 “절차에 따라 교학사 교과서로 최종 선정했다”고 말했다가, 이날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최종 선정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경남에선 고교 190곳 가운데 합천군 합천여고와, 창녕군 창녕고 등 사립고 2곳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으나, 합천여고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교과서 선정을 다시 하기로 했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지리산고는 ‘올해 한국사 수업 계획이 없어 교과서를 채택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명예이사장인 학교법인 현대학원에 딸린 울산 현대고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과정을 두고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는 “현대고는 학교운영위원회도 제대로 열지 않고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 했다가 문제가 되자 임의로 회의록을 작성해 운영위원들의 서명을 받아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현대고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 결정을 담은 학교운영위 회의록을 최근 누리집에 올렸다. 회의록에는 지난달 27일 오전 학교운영위원회실에서 운영위원 14명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열렸고, 교학사 교과서를 제안한 교사와 교장, 교감 및 학부모 위원의 발언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전교조는 “회의록엔 운영위원 14명 전원이 참석한 것으로 돼 있지만 한 학부모위원은 회의가 열린 사실조차 몰랐고 지난 2일 학교 행정실에서 ‘서면심의를 할 사안이 있다’며 회의록을 들고 와 서명하라고 해서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대고 관계자는 “어느 학부모위원이 제보했느냐. 누리집에 올린 회의록은 사실 그대로다”라고 주장했다.
전북 전주의 자율형 사립고인 상산고는 교학사와 지학사 역사 교과서 2종을 선택한 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 학교 교감은 지난 2일 학교 누리집에 “‘우리 학교가 주목받는 학교는 맞구나’는 생각에 흐뭇했다. … 두 출판사의 교과서를 택한 것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념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교육을 하기 위함”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이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제주·충북·충남·대전·세종·강원지역에서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한 곳도 없다. 김대준 광주시교육청 장학사는 “역사를 왜곡한 한국사 교과서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서명운동 △교사연수 △계기수업 △공동수업 등을 꾸준히 펼친 결과”라고 말했다.
수원 울산 전주 광주/김기성 신동명 박임근 안관옥 기자, 음성원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