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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송전탑 갈등’ 밀양서 또 자살시도

등록 2013-12-13 21:18수정 2013-12-13 22:01

박 대통령에 “이런 죽음 없게” 유서
50대 수면제 복용…생명엔 지장없어
경남 밀양의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50대 여성 주민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13일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와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2시50분께 밀양시 단장면 96번 송전탑 공사현장 인근 ‘황토방’에서 동화전마을 주민 권아무개(53)씨가 수면제 수십알을 먹고 쓰러져 있는 것을 한 주민이 발견했다. 황토방은 주민들이 농성장 인근에 마련해 쉼터로 이용해 오던 공간이다.

권씨 주변에는 수면제 약봉지 25개가 놓여 있었고, 번개탄을 피우려 한 흔적도 남아 있었다. 권씨가 박근혜 대통령, 한국전력공사 사장, 남편 등에게 남긴 A4용지 2장의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없도록 해주십시오. 내 땅에 내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이런 세상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죽으면 내 시체를 한전 앞마당에 묻어주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권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내가 죽으면 송전탑 건설 안 하겠지”라는 말을 반복하며 한때 위세척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위세척을 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6년 전 부산에서 밀양으로 귀농한 권씨는 96번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서 살아왔다. 부북면 주민 이남우(71)씨는 “권씨가 평소 ‘송전탑이 만들어지면 내가 여기서 살 수 있겠나. 내가 죽어야지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의 자살기도는 권씨가 세번째다. 지난 6일에는 상동면 고정마을 주민 유한숙(71)씨가 농약을 마셔 숨졌고, 지난해 1월에는 이치우(당시 74살)씨가 분신자살했다.

밀양/최상원 기자, 김효실 이재욱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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