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희망 찾기 도보순례단’이 23일 충남 부여군을 걸으며 하굿둑 개방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바닷물 드나들도록 해야
수질 좋아지고 어족 많아져”
270명 서천~백제보까지 행진
새달까지 15만명 서명운동
수질 좋아지고 어족 많아져”
270명 서천~백제보까지 행진
새달까지 15만명 서명운동
‘금강은 흘러야 한다.’
수질오염과 어족자원 고갈, 지역경제 침체 등 부작용이 심각한 금강하굿둑의 부분개방 필요성을 널리 알리려고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나섰다.
23일 푸른서천21추진협의회와 금강해수유통추진단이 주관하고 시민·공무원들로 짜인 ‘금강 희망 찾기 도보순례단’이 부여읍 백제보에서 2박3일의 여정을 마쳤다. 이들은 지난 21일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을 출발해 이날 백제보까지 65㎞를 걸으며, 금강하굿둑 갑문을 열어 바닷물이 드나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도민들에게 알렸다. 사흘 동안 모든 구간을 완주한 29명을 비롯해 모두 270여명이 참여했다.
최고령 참가자 박양수(79·서천군 장항읍)씨는 “강물이 흘러야 오염되지 않은 물을 우리가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참가 신청을 했다. 하굿둑을 개방하면 수질도 좋아지고, 어족자원도 많아지고, 생태계도 좋게 변하니 얼마나 좋은 일이 많겠나. 가을 길을 걸으니 건강에도 좋고 관광도 겸할 수 있어 ‘일거십득’ 같다”고 말했다.
앞서 순례단은 21일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과 금강체험관에서 ‘금강 해수유통 추진 방향’을 주제로 두차례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는 “4대강 사업 때문에 올여름 녹조가 유난히 심각했고 해를 거듭할수록 금강 하구의 오염이 심해지는 것은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인간이 거슬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재영 대전대 교수(토목공학)는 “새만금을 포함한 금강하구역 종합발전 방안을 마련해 상생 발전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서천군은 이번 도보순례단의 활동에 더해 다음달까지 15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벌인 뒤 정부에 보낼 참이다. 1990년 하굿둑이 만들어진 금강은 수질이 악화하면서 지금은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인 4등급(화학적 산소 요구량 기준)으로 추락했으며, 어민들의 어업 피해액은 6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서천군에서는 여러해 동안 금강하굿둑의 부분개방을 정부에 요청해왔다. 또 허재영 교수를 비롯한 학계 전문가들은 지난달부터 다음달까지 석달 동안 도내 15개 시·군을 다니며 하굿둑 개방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강연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전북 군산시, 한국농어촌공사는 바닷물과 강물이 섞이면 농업용수가 부족해진다는 이유로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흘 내내 도보순례단과 동행한 나소열 서천군수는 “군산시가 이제라도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의 장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부여/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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