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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강 물길 40년만에 복원…강변 막개발 아니되오

등록 2013-10-06 22:47수정 2013-10-07 16:54

매립 40여년 만에 원래의 물길을 되살리는 공사가 벌어지는 경북 포항시 형산강 하구 모습. 2일 오후 포항시 남구 해도동 구간에서 구불구불했던 물길 모양으로 콘크리트둑을 만들고 있다. 포항/김일우 기자
매립 40여년 만에 원래의 물길을 되살리는 공사가 벌어지는 경북 포항시 형산강 하구 모습. 2일 오후 포항시 남구 해도동 구간에서 구불구불했던 물길 모양으로 콘크리트둑을 만들고 있다. 포항/김일우 기자
[영남 쏙] 내년 초 준공 앞둔 ‘포항운하’
4대강 사업을 강행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 경북 포항에서 내년 초 ‘포항운하’가 등장할 참이다. ‘운하’ 하면 “환경 파괴”, “거짓말” 같은 부정적 이미지부터 떠올리게 되는 요즘이다. 그런데 포항에 운하가 들어선다니, 어찌 된 일일까?

동해안 장기곶에 둘러싸인 영일만에는 ‘송도’라는 마을이 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인데, 소나무가 많은 섬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40여년 전엔 동해 바닷물과 형산강 강물로 둘러싸인 섬마을이었다.

45년 전 1968년 주변에 포스코가 들어서면서부터 송도를 섬마을로 부르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갔다. 압축성장 개발이 본격화하며, 송도 서쪽 물길이 매립됐기 때문이다. 물길이 있던 자리에는 주택이 들어섰다. 결국 1974년, 포항 죽도시장 근처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이어주던 1.3㎞ 물길은 완전히 사라졌다.

자연 그대로 흐르던 물길을 막으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는 당시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성장, 개발만 바라보고 너도나도 앞다퉈 달려나가던 시절이었다. 물길이 막히기 전 형산강물은 동빈내항으로도 흘러들어가 다시 포항구항을 거쳐 영일만으로 빠져나갔다. 강물이 순환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화 작용이 일어났다.

그런데 형산강과 동빈내항을 잇는 이 물길이 막히자 동빈내항의 물은 급속도로 오염돼갔다. 물은 점점 탁해졌고 악취가 심해졌다. 물길 방향도 바뀌었다. 동빈내항 물이 영일만으로 빠져나갔는데, 거꾸로 영일만의 물이 동빈내항으로 유입됐다. 이 물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동빈내항에 그대로 머물다시피 했다. 더구나 포항신항이 들어서며 동빈내항에는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신라시대 초기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던 동빈내항은 차츰 쇠퇴해갔다. 지금은 소형 어선들이 다니는 조그마한 항구 기능만 하고 있다.

동빈내항~형산강 잇던 물길
70년대 매립뒤 주택가로 사용
동빈내항 정화작용 잃고 오염

1600억원 들인 포항운하 사업
생태복원·주변개발 목표로 진행
환경단체 “개발 치중땐 다시 오염”

이 물길을 40년 만에 복원해 배를 오가게 하겠다는 이른바 ‘포항운하’ 사업 구상이 2006년 박승호 포항시장이 취임하고부터 등장했다. 애초 물길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주택 등 건물 479채(827가구)를 사들여 철거하고, 물길을 복원해 동빈내항과 연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옛날처럼 동빈내항에 물이 흐르게 해 수질을 개선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여 주변 관광과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박 시장은 “산업화가 급속하게 이뤄지던 시절 먹고살기도 바빠 신경쓸 틈도 없이 물길을 매립했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이 중요해졌고 물길을 다시 살려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포항운하가 완공되면 물이 흐를 수 있기 때문에, 동빈내항에 갇혀 썩고 있는 생활폐수가 사라지고 푸른 물길이 넘실거려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60~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개발’ 명분으로 사라졌던 물길이,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 때 ‘환경’을 이유로 복원되는 것이다. 현재 포항운하 사업 공정률은 90% 수준이며, 지금의 속도라면 내년 1월쯤 준공될 수 있을 것으로 포항시는 내다봤다. 김현구 포항시 포항운하건설티에프팀 공사담당은 “이름이 포항운하라서 (이명박 정부가 구상했던 한반도 대운하와) 좀 혼동될 수 있지만, 40여년 전 사라진 물길을 수질 개선 등의 필요성 때문에 다시 생태적으로 복원해 침체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매립됐던 형산강 하구 물길 1.3㎞ 구간은 폭 15~26m, 깊이 1.74m인 포항운하로 되살아난다. 물길 양쪽 제방은 콘크리트둑으로 짓고, 하천 바닥은 흙과 자갈 등을 넣을 계획이다. 형산강물은 40여년 전처럼 포항운하로 흘러들어 동빈내항을 지나 영일만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설계대로라면 하루 평균 1만3000t가량의 물이 형산강에서 포항운하를 통해 동빈내항으로 유입된다. 동빈내항의 물이 90만7000t가량으로 추정되는데, 동빈내항의 물이 한 차례 순환하는 데 70일쯤 걸리게 되는 셈이다.

포항운하와 형산강이 만나는 지점 820㎡에는 지하 1층, 지상 4층인 포항운하 홍보관이 들어선다. 이곳에 강물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펌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형산강물이 자연스레 포항운하를 통해 동빈내항으로 흘러들어가지만, 간조 때는 조수가 빠져나가 해수면이 낮아지면 펌프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포항운하를 가로지르는 송림교·해도교, 사람들만 오갈 수 있는 작은 다리 3개도 만든다. 365일 펌프로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 서울 청계천과는 좀 다른 방식이다. 강기석 포항시 포항운하건설티에프팀장은 “펌프 말고도 운하 양쪽에 수문이 설치되는데 이는 홍수기에 형산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갈 때를 대비한 것이다. 펌프나 수문은 어디까지나 보충적 기능을 할 뿐이고,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자연스럽게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형산강 하구를 매립한 지 40여년, 동빈내항은 물이 고이면서 쓰레기가 쌓이고 악취를 풍겼다. 포항시 제공
형산강 하구를 매립한 지 40여년, 동빈내항은 물이 고이면서 쓰레기가 쌓이고 악취를 풍겼다. 포항시 제공

이 사업엔 모두 1600억원을 들인다. 포스코가 300억원을 기부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800억원을 투자한다. 나머지 500억원은 국비 322억원, 도비 24억원, 시비 154억원 등 세금이다. 사업 구역(9만6455㎡) 가운데 65%(6만2467㎡)는 공공용지로 포항시가 포항운하를 비롯해 공원, 자전거도로 등을 조성한다. 상업용지인 나머지 35%(3만3988㎡)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사가 끝나면 민간에 매각한다.

13살 때부터 포항 죽도시장에서 일해왔다는 최일만(77) 포항죽도시장연합상인회 회장은 “포항운하 근처 죽도시장 상인들이 이 사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동빈내항의 수질도 나아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 거리에 생기가 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항지역 환경단체는 우려 섞인 눈길을 보냈다. 포항운하 사업이 애초 내걸었던 수질 개선 등 ‘생태 복원’ 측면보다는 ‘대규모 개발’ 쪽으로 기울어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포항시는 2009년 2월 포항운하가 들어설 주변지역(59만976㎡)을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민간자본 800억원을 끌어들여 주변에 상업시설인 타워브리지를 건설한다는 구상도 검토중이다. 지금 포항구항 안에 있는 소형 선박 조선소 등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그 일대(17만3900㎡)를 호텔과 비즈니스 타운으로 만드는 포항구항 재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포항운하엔 20t급 유람선이나 나룻배를 띄운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원래 배는 동빈내항까지는 드나들었지만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잇는 물길에는 다니지 않았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초기에 동빈내항의 수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길을 복원한다는 사업이라고 해서 긍정적으로 봤지만, 공사가 진행될수록 생태 복원보다는 수익성 등에 중점을 둔 개발사업으로 흘러가는 양상이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금도 영일만 일대에 공장도 많고 해서 환경이 좋지 않은데, 위락시설 등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서면 환경오염 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강기석 팀장은 “생태를 복원해 침체돼 있는 도심을 자연스럽게 살리겠다는 사업이다. 건물 한 동이 필요한데, 두 동을 짓는 식으로 난개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사업은 경제성과 함께 환경성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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