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특별한 계기보다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이죠. 지역 내에 유일한 4년제 대학이고 마침 대학 바로 뒤편에 소중한 수목원이 문을 열었으니 주민들과 함께 축하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서울 구로구 항동에 자리한 성공회대의 총장 이정구(사진 왼쪽) 신부와 이성(오른쪽) 구로구청장은 오는 3~6일 나흘간 서울푸른수목원에서 ‘더불어 숲 축제’를 함께 주최하게 된 계기를 묻자 “구립대학이라 부를 만큼 주민 대상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오래전부터 교류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숲 축제’(기획단장 김용호 교수)는 지난 6월 초 항동의 저수지를 비롯한 유휴지에 조성해 개장한 서울푸른수목원과 성공회대 캠퍼스에서 인문학과 친환경 프로그램을 결합한 ‘힐링 축제’로, 지자체와 대학이 손잡은 보기 드문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서부공원녹지사업소도 공동주최로 참여하고 구로문화재단과 푸른수목원이 주관한다.

“성공회대는 일찍이 ‘담장 없는 학교’로 주민들에게 개방한데다 마침 수목원과 교정이 둘레길로 연결돼 있어서 평소에도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주민들 누구나 소풍 나오듯 가볍게 참여하고 즐기는 생활축제가 됐으면 합니다.”(이 총장) “더이상 구로공단 시절 공해의 상징이 아니라 첨단 아이티(IT)산업과 푸른 생태공원이 조화를 이룬 미래형 친환경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이 청장)

이번 축제의 간판 프로그램은 ‘풀밭 인문학 콘서트’다. 성공회대 석좌교수 신영복 선생과 더숲트리오(김진업·김창남·박경태 교수)를 비롯해 김찬호·하종강·고병헌 교수, 정윤수 문화평론가, 김응교 시인, 유영초 숲해설가 등 이름난 인기 연사들이 총출동한다. 야외에서 하지만 ‘힐링’ 개념을 살려 마이크나 엠프 없는 천막 강의로 진행할 예정이다.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인 ‘부모·자녀 사이 마음읽기와 힐링’ 프로그램(김미라 서강대 교수팀)은 사전 신청을 통해 30가정을 선정했는데 주민들의 호응으로 경쟁이 치열했다.

주민 참여 친환경 예술작품 만들기는 작가들과 함께 ‘재활용 페트병 샹들리에’, ‘페트병과 폐목재를 이용한 대형 조형물’, ‘엘이디(LED) 전구와 페트병 조명을 활용한 빛의 정원’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숲과 인간, 생태적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축제라는 첫 실험적 시도가 성공을 이뤄 내년 개교 100돌 축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이 총장)

사진 촬영을 위해 마주 잡은 두 사람의 손에 ‘기대와 희망’이 느껴졌다.

자세한 축제 일정은 더불어 숲 누리집(forestfestival.net), 서울푸른수목원(parks.seoul.go.kr)에서 볼 수 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