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46)씨
장성 죽림리 청림마을 지기 김형규씨
“자연속에 살자” 12명 의기투합
두메산골에 한옥 여섯채 지어
“마음 통한 이들과 함께해 기뻐”
“자연속에 살자” 12명 의기투합
두메산골에 한옥 여섯채 지어
“마음 통한 이들과 함께해 기뻐”
전남 장성군 삼계면 죽림리 청림마을은 요즘 ‘천지개벽’을 했다. 고작 민가 한두 채에 인적이 드물어 동막골처럼 마지막 동네로 불리던 마을에 번듯한 한옥이 여섯 채나 들어섰고 여섯 채는 터닦이가 한창이다. 지난 8일 오후에는 마을 한가운데 역시 한옥으로 지어진 청림 예술인 마을회관에서 개관 잔치판이 열려 밤새 왁자지껄 노랫소리와 불빛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난 예인과 장인 12명이 자연 속에 묻혀 한세상 깨끗하게 살다 가자고 마음을 모았더니 길이 생깁디다. 우선 형편 되는 사람들 먼저 터를 잡았으니 때가 되면 다들 모이겄지요.”
마을지기로 나선 이는 백자 찻잔과 달항아리로 알아주는 도예가인 희뫼 김형규(46·사진)씨다. 이날 저녁 뒤풀이에서도 그는 직접 북채를 잡고 유행가 한자락을 선창하며 전국 곳곳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을 흥판으로 이끌었다.
개관 잔치에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재주꾼들이 기꺼이 나섰다.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인 해산 강현구씨의 사회와 차명호씨의 대금, 오지수씨의 북 장단에 맞춰 기새규씨의 판소리와 장은정씨의 우리 춤 등 전통예술 공연이 펼쳐졌고, ‘향토 가수’로 이름난 조연균·김예성씨의 무대도 이어졌다. 앞으로도 마을회관에서는 종종 이런 공연 잔치판이 벌어질 모양이다.
“마을회관은 군에서 지원을 해준 공용 공간인 만큼 여기 사는 예인들만이 아니라 지역의 이름 없으나 재주 있는 예술인들과도 활용할 기회를 나눌 겁니다. 이름을 얻거나 영리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예술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을 지닌 분들이면 더 좋겠지요.”
이튿날 밝은 빛에서 다시 보니 회관에는 ‘빙의당’(氷衣堂)이란 느티나무 현판이 걸렸다. 희뫼 자신이 이름을 짓고, 12명의 마을 예인 중에 한명인 경북 김천의 서예가 고은 최경애씨가 쓴 글을, 역시 마을 예인인 서각장 송영권씨가 새긴 것이다.
“얼음처럼 깨끗한 마음을 맑디맑은 옥병에 담아 드린다는 옛 시구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그는 “얼음옷을 입은 듯 깨끗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미 입주를 한 전통발효음식 장인 ‘보리심’은 인근 주민들이 재배하는 재래콩을 수매해 된장·고추장·간장 등 남도 고유의 장맛을 복원해낼 계획이고, 지역의 한 원예농장 주인도 조만간 들어와 야생화를 비롯한 토종식물을 재배할 참이다.
사실 김씨는 5년 전 장성군 북일면 운암리 산소골 버려진 가마터에 ‘2만8천원어치 못값’만 들여 초막을 짓고 살아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기도 하다.(<한겨레> 2008년 9월2일치) ‘청빈의 도공’이었던 그가 돌연 대목장을 모시고 인부들 밥을 지어주며 으리으리한 한옥 마을을 만들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혼자 수행하듯 흙을 빚는 것도 좋지만, 내 그릇을 좋아해주는 인연으로 마음이 통한 이들과 더불어 수행하며 따뜻한 삶을 나누는 것도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성/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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