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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전국최고 고령화 마을인데 왁자지껄…복지와 생태가 함께 춤춘다

등록 2013-05-15 16:54

2일 충남 서천군 종천면 어메니티 복지마을 안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서천군 제공
2일 충남 서천군 종천면 어메니티 복지마을 안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서천군 제공
[한겨레 창간25돌] 도시의 미래를 보다
서천군 ‘어메니티 복지마을’

복지관은 수산시장처럼 북적
떡만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전국 쇼핑몰 떡판매 1위 대박
“낡은걸 새롭게 하는 것보다
행복 살리기가 진짜 혁신”
이정직(77) 할아버지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팔다리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래도 날마다 버스를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어메니티 복지마을을 찾는다. “재밌어. 몸을 계속 움직이게 해주고 같이 어울릴 사람들이 있으니께.” 어메니티라는 말을 아는지 물었다. “어메니티? 많이 들었지. 환경을 잘 조정해서 복지마을 만드는 거 아닌가?”

■ 혁신 1, 은빛 복지 지난 2일 충남 서천군 종천면 어메니티 복지마을. 나소열(54) 서천군수와 함께 찾은 노인복지관은 왁자지껄 수산시장 같았다. 어르신 100여명이 당구·탁구·바둑 등 좋아하는 스포츠에 저마다 삼매경이다. 마침 댄스교실 시간이 되자 신나는 음악이 노인들 웃음을 타고 복지관 건물을 쩌렁쩌렁 울린다. 도정순 노인복지관장은 “어르신들이 밝고 참 좋아하신다. 하루에 200~250명이 오신다”고 말했다.

서천은 군민 5만8000여명 가운데 65살 이상 노인이 28%에 가까울 만큼 고령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쾌적한 환경을 지키면서 노년까지 풍요로운 삶을 조화롭게 추구한다는 어메니티 정책에서 은빛 머리칼로 상징되는 노인 복지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나 군수는 “러시아 사할린에서 영구 귀국한 어르신들 117가구가 서천에서 지내는데, 이분들이 요즘은 봉사대로 나서서 노인복지관 찜질방 청소도 해주고 김장도 담가주신다”고 말했다.

■ 혁신 2, 시장과 광장 서천의 전통시장은 애초 서천읍 중심가에 있었다. 2004년 시장을 읍 외곽으로 옮기려 하자 시장 상인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1년 넘는 갈등 조정 끝에 이듬해 지금의 수산물 특화시장 자리로 옮긴 뒤 3년이 지나자 시장이 자리를 잡았다. 요즘은 하루 4000여명이 찾고 주말엔 북새통을 이뤄 올해 안에 주차장을 더 넓힐 참이다. 시장 상인들이 “예전 시장이 ‘여인숙’이었다면 여기는 ‘호텔’이여”라고 할 정도다. 40년 가까이 시장에서 일해온 오희순(70) 할머니는 “손님? 겁나게 늘었제. 근디 차들이 들어왔다가 주차할 데가 없어 돌아가면 제일 속이 상혀”라고 말했다.

옛 시장 터는 ‘봄의 마을’이라는 이름의 광장으로 변신했다. 시장이 떠나가면서 도심 공동화가 우려됐지만 2007년 정부가 공모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군 종합교육센터와 청소년문화센터, 여성문화의 집 등 건물 5개 동이 2011년 들어섰다. 3600㎡ 터에 광장을 중심으로 들어선 건물은 주민들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고 만나는 ‘커뮤니티 센터’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원도심의 활력을 되살린 도시 재생의 사례로 떠오르면서 지난 1월에는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가 주관한 제6회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서천의 수산물 특화시장.
서천의 수산물 특화시장.

■ 혁신 3, 진짜 혁신은? 나 군수가 혁신 사례로 가장 뽐내는 곳 가운데 하나가 화양면 월산리 ‘달고개 모시마을’이다. 51가구 76명이 사는 이 마을은 전통 한산모시뿐 아니라 2년 전 내놓은 모시송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4억원에 이르는데다 추석 무렵엔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떡 부문 판매 1위도 차지하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의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떡 작업장에서 만난 최고령 김순열(84) 할머니는 “아침 7시만 넘으면 여기로 나와. 군수? 좋지. 막걸리 같이 한잔하면 더 좋고”라며 웃었다.

모시마을 사람들은 ‘돈 버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게 목적’이라고 말한다. 사랑과 정이 넘치는 마을 만들기가 목표인 모시마을에서는 다달이 동네 주민들 생일잔치도 연다. 한때 위뜸-아래뜸 사람들 사이에 갈등도 있었던 마을이 모시떡 하나로 찰싹 뭉친 셈이다. 1997년 한국가톨릭농민회 회장을 맡는 등 젊은 시절 농민운동에 나섰던 양만규(71) 대표는 마을 가꾸기야말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망가지는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모시떡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짠다’고 해요. 마을 사람들 여럿이 모여서 즐겁게 모시를 짜듯이 떡을 짜는 겁니다. 낡은 걸 새롭게 하는 게 혁신이라지만, 평화·사랑·행복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살리는 게 진짜 혁신이지요.”

2002년부터 이끌어온 군정의 현장을 둘러본 나 군수는 현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핵심이 바로 서천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 농촌 지역이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장도 할 수 있다는 게 어메니티 서천의 목표입니다. 서천군 전체가 생태산업의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천/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생태자원, 관광과 연결…소득도 올리고 공동체도 가꾸고”

서천군 국립생태원 10월 개관
금강 일대 명소들 어우러져
한해 수십만명 관람객 기대

충남 서천군에서는 올가을부터 커다란 ‘초록빛 심장’이 두근두근 뛰게 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통합 연구하고 생태적 가치를 평가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기관인 환경부 국립생태원(ecoplex.go.kr)이 10월 개관하는 것이다. 이곳은 열대·사막·지중해·온대·극지 5개 기후대별 동식물상과 한반도 숲·습지를 관찰·연구·교육할 수 있는 시설을 모두 갖췄다. 도마뱀부터 펭귄, 선인장부터 바오밥나무까지를 생태원 안에서 모두 볼 수 있어 연간 관람객이 최소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에서 오는 10월 개관할 환경부 국립생태원의 온실 ‘에코리움’. 한경부 국립생태원 제공
충남 서천군 마서면에서 오는 10월 개관할 환경부 국립생태원의 온실 ‘에코리움’. 한경부 국립생태원 제공

특히 2만1932㎡ 규모로 건립된 에코리움은 높이가 12~35m에 이르는 온실 5곳에서 전세계 모든 기후의 동식물을 두루 전시한 세계 최초의 시설이라고 한다. 온실 규모로는 영국 에덴프로젝트(2만3000㎡) 다음으로 큰 면적과 높이를 자랑한다. 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창틀에 온수를 흘려 온실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68.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

야외에는 넓이가 3만6800여㎡에 이르는 습지생태원이 장관을 이룬다. 다양한 습지와 수생식물들을 직사각형으로 농토를 정리하기 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랑논 형태에 담아냈다. 생태원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용화실방죽을 확장·복원한 용화실못(6만9000여㎡)에서도 원앙·큰고니 등 야생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 생태원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방문자 센터는 물론 244명이 머물 수 있는 방문객 숙소도 자리했다. 국립생태원 기획팀 양호제 사무관은 “환경부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인데다 국내에서 견줄 곳이 없을 만큼 독보적인 생태원”이라고 전했다.

국립생태원은 장항 인근 갯벌을 매립해 국가산업단지를 만들려던 정부가 2006년 사업 포기를 결정하면서 대안사업으로 추진됐다. 서천군 마서면 일대 99만여㎡에 3400억원을 들였다. 개관 준비를 총괄하는 서민환 국립생태원 법인화추진단장은 2일 “시범 운영 기간에 방문객들의 의견을 받아 프로그램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 생태원의 가치와 의미를 적극적으로 알려 관람객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천군은 국립생태원과 연말께 문을 열 국립해양생물자원관, 2018년까지 조성될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275만㎡)를 삼각형으로 연계해 최고의 생태도시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기존의 조류생태전시관, 신성리 갈대밭 등 금강하굿둑 일대 생태관광 명소들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장항생태산단이 연말에 보상이 마무리되고 조성공사에 들어가면 서천이 생태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생태 자원을 농업·관광과 연계해 주민들이 소득도 올리고 공동체도 가꿀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천/전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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