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큐슈 환경박물관에 전시된 도바타 지역 ‘36마을 부인회’의 활동 모습. 이들의 활동이 혁신의 시작이었다.(맨 왼쪽) 에코타운 센터에 전시된 재생 건재의 쓰임새와 자동차에서 재활용할 부품들을 떼어내고 난 뒤 차체를 압착한 모습.
[제3회 아시아미래포럼-도시 혁신, 사회를 바꾼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시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시로
‘죽음의 바다’였던 공업지역 기타큐슈
폐기물 재활용 뒤 어패류 돌아와
‘36마을 부인회’ 활동에 인식 전환
시민·기업·행정의 ‘환경도시’ 협치 산업화가 한창이던 1960년대 일본 4대 공업지역 중 하나인 기타큐슈시 앞바다 도카이만은 말 그대로 대장균조차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였다. 정박해놓은 배의 스크루가 부식되는가 하면, 실수로 바다에 빠진 이들은 시름시름 앓았다. 시멘트 섞인 먼지는 쌓인 채로 굳었고, 아이들은 물고기와 새들이 사라진 바다와 하늘의 색을 갈색과 회색으로 알고 자랐다. 그랬던 기타큐슈가 이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꿈의 환경도시에 근접하려 하고 있다. 혁신의 현장엔 시민·행정·기업의 ‘협치’(거버넌스)가 있었다. 지난달 28일 찾은 기타큐슈의 ‘마술공장’ 에코타운은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30분가량 차를 달린 와카마쓰구 히비키나다 매립지에 있었다. 매립지는 약 20㎢로, 2.9㎢인 여의도 면적의 7배 가까운 광활한 넓이다. 산업폐기물을 재활용 공장에서 자원으로 만들고, 그 공장에서 나오는 나머지 폐기물로 다시 에너지를 만든다. 1998년 완공 이후 현재 자동차·페트병·식용유 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업체 26곳이 직원 1340명을 두고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73만여명이 견학했다. ■ 폐자동차 재자원화율 99% 에코타운 탐방객을 위한 전시장에선 자동차 해체 공정을 고속카메라로 찍은 화면이 상영되고 있었다. 60m 길이 라인에선 옆으로 누인 자동차에 직원 2~3명이 붙어 부품을 떼어내고 있었다. 5개 공정을 거쳐 45분 만에 차 한 대를 해체한다고 한다. 프레온가스나 폐오일, 파쇄 쓰레기는 거의 없다. 쓸 만한 기계 부품은 회수되고 철·비철 부품, 유리, 타이어는 재생자원이 된다. 재자원화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99%다. 우에다 히데오 니시닛폰오토리사이클 대표는 “사람의 손작업으로 차 내부 깊숙한 곳의 배선 등을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코타운에선 생선 상자, 선물 포장재에 쓰인 스티로폼을 콘크리트 블록이나 건축용 자갈로 만든다. 페트병은 계란 팩이나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원료가 되는 재생수지가 된다. 파친코 오락기를 분해해 나오는 폐목재는 폐플라스틱과 섞여 재생건재로 거듭난다.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컵은 인근 후쿠오카 돔구장의 맥주컵으로 썼다. 기타큐슈시는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연간 38만t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한다.
인구 98만여명인 기타큐슈는 1990년대부터 환경 재생에 성공한 도시로 국내외에 소개됐다. 1992년 리우 회의에서 유엔 자치단체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린성장 모델 도시로 미국 시카고, 프랑스 파리, 스웨덴 스톡홀름과 함께 아시아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기타큐슈를 선정했다. 기타큐슈를 명실공히 환경 모범도시로 바꿔놓은 계기는 천식이나 편도선염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걱정한 어머니의 행동이었다.
■ “혁신의 원동력은 시민·기업·행정의 협치” 신일본제철의 화학공장이 있던 기타큐슈 도바타지역의 ‘36마을 부인회’는 세탁물이 이상하게 오염되는 것을 보고 전문가에게 과학적 조사 방법을 배웠다. 2년에 걸친 조사 결과를 부식된 철판, 오염된 천과 함께 사진·포스터·그래프·도표 등으로 전시해 소개했다. ‘파란 하늘을 보고 싶다’는 8㎜ 영화도 만들었다. 부인회의 활동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한 기타큐슈시는 공해대책국을 차렸고, 기업들은 굴뚝마다 집진기를 설치하고 생산설비를 절전형으로 바꿨다. 도카이만 바닥의 오니도 긁어냈다. 시민들은 갖가지 쓰레기를 분리해 내다놓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기타큐슈 36개 환경단체를 아우르는 ‘자연네트’는 시와 환경보전 계획을 조율했다. 그렇게 시민과 행정 관청, 기업이 합심해 20여년 동안 1조1600억원가량을 환경 개선에 투입했다. ‘죽음의 바다’였던 도카이만엔 100종류 이상의 어패류가 돌아왔고, 기타큐슈의 정책 수립 과정에 시민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시됐다. 명예 합격증을 주는 환경수도검증시험엔 해마다 1000여명의 시민 응시자가 몰린다.
1970년 시 공무원이 돼 공해 대책을 맡았던 나카조노 사토시 기타큐슈 환경박물관 관장은 “당시 환경오염이 극심했던 다른 지역에선 시민들이 원료 반송을 막거나 조업을 방해하곤 했지만, 기타큐슈 부인회는 직접 조사한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며 기업과 행정이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시민·기업·행정이 모인 3자 협치는 일본에서 기타큐슈가 유일했고, 이를 ‘기타큐슈 방식’이라고도 일컫는다”고 강조했다.
기타큐슈(일본)/글·사진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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