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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일제 국내 강제동원의 재앙
‘잊혀진 역사’로 묻으렵니까

등록 2012-01-08 20:53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하반기부터 해방될 때까지 제주도민과 전남지역 등 다른 지방의 조선인 징용자들은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과 제주도 내 해안가 등에 갱도진지와 특공기지를 구축하는 데 강제동원됐다. 사진은 섯알오름 갱도진지 외부 모습.  제주/허호준 기자 <A href="mailto:hojoon@hani.co.kr">hojoon@hani.co.kr</A>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하반기부터 해방될 때까지 제주도민과 전남지역 등 다른 지방의 조선인 징용자들은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과 제주도 내 해안가 등에 갱도진지와 특공기지를 구축하는 데 강제동원됐다. 사진은 섯알오름 갱도진지 외부 모습.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해남 옥매광산 노동자들 해상사고 66년 지났건만…
제주도서 군사시설 만들다
해방뒤 귀향길 118명 참변
희생·피해조사 한번도 없고
정부 지원 대상서도 제외돼
법 제정·추모비 등 ‘목소리’
기관실에서 불이 났다. 1945년 8월20일(음력 7월16일) 아침 8시께였다. 새벽 1시께 제주항을 출발한 30~35t급 발동선은 제주와 육지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전남 해남 옥매광산에서 제주도로 강제동원된 광부 255명은 해방을 맞아 고향으로 가던 길이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생존자인 김백운(84·전남 목포시)씨는 “일부는 바다에서 나뭇조각을 잡고 버텼고, 일부는 섬을 향해 헤엄쳐 갔다”고 회고했다. 9시간쯤 지났을까? 사고 지점을 지나던 일본 군함이 137명을 구조해 청산도에 내려놓고 갔다. 118명은 그대로 수장됐다. 김씨는 “일본 군함이 산 사람들을 놓아둔 채 떠났다”고 말했다.

일본 아사다(淺田) 화학공업㈜이 운영하던 해남 옥매광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1945년 3월 하순께 제주도로 강제동원됐다. 대부분 해남군 문내·황산면에 살던 이들은 제주 모슬포 인근 지역과 구좌읍 해안 동굴, 산방산 등지의 군사시설물 구축 공사장에 투입됐다.

일제에서 해방된 지 66년이 지났지만, 옥매광산 광부와 노동자 해상사고 희생자들에 대해 종합적인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대일항쟁기 피해조사 및 지원위원회는 6일 “당시 해상사고 사망 신고자는 19명이고, 명단이 파악된 것은 생존자 6명과 사망자 44명 등 모두 50명”이라고 밝혔다. 강정숙 박사(목포해양대)는 지난해 해남 옥매산 일대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사망자와 생존자 등 61명의 명단을 확인했다.

정부는 옥매광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2007년 12월) 제정 때 일제에 의해 국외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게만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국내 동원자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22만6638건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신고 사례 가운데 옥매광산 노동자들처럼 국내로 동원된 피해 사례는 2만3351건(10.3%)에 이른다.

박장식(72·해남군 황산면)씨는 “아버지(1919년생)는 당시 해상사고에서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폐에 물이 차는 후유증을 앓다가 15년 전에 돌아가셨다”며 “진상 조사까지 하고도 아무런 지원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강제동원 피해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지원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가 국내 강제동원 피해를 배상하지 않고 있는 현행 제도에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때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 3명도 국내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내 동원의 상징적 사례인 옥매광산 노동자 해상사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추모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정숙 박사는 “국내로 강제동원됐던 이들에 대한 위로금 지급 관련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옥매광산에 추모탑이나 추모비를 건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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