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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나무군락 빠진 강변 부동산업소 빼곡
물고기들은 콘크리트 옹벽 비집고 다녀

등록 2011-10-25 21:11수정 2011-10-25 23:12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해 4대강 사업 그랜드 오픈 행사가 치러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이포보. 고운 모래가 깔렸던 강변을 콘크리트와 돌로 만든 온갖 인공 구조물들이 뒤덮어 황량하기 짝이 없다. 보 위에는 생명을 상징하는 백조 알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이 올라 앉았지만, 습지와 나무 군락이 사라진 강에는 정작 살아 있는 철새나 알은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   김기성 기자 <A href="mailto:player009@hani.co.kr">player009@hani.co.kr</A>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해 4대강 사업 그랜드 오픈 행사가 치러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이포보. 고운 모래가 깔렸던 강변을 콘크리트와 돌로 만든 온갖 인공 구조물들이 뒤덮어 황량하기 짝이 없다. 보 위에는 생명을 상징하는 백조 알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이 올라 앉았지만, 습지와 나무 군락이 사라진 강에는 정작 살아 있는 철새나 알은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현장] 남한강 3개보 ‘그랜드 오픈’ 그 뒤
대통령이 다녀간 이포보서
노인들은 ‘강산개조론’ 극찬
환경단체 “거짓·혈세 흐른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완공을 선언한 ‘그랜드 오픈’ 행사 이틀 뒤인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남한강을 막아 만든 이포보 전망대에서 70대 노인 두 명이 대통령의 업적을 되뇌며 흐뭇해했다. “대통령께서 이걸 만드느라 고생 참 많이 하셨지…. 여기가 대통령 앉았던 자리라는데 여기 좀 앉아봐, 참 좋네….”

대통령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장식한 병풍을 뒤로하고 바라본 남한강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강산개조론’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이포보 개방 행사에서 “90년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이 말한 강산개조론의 꿈이 오늘 이뤄졌다”며 “선생은 ‘대한민국에 있는 강을 사람이 가꾸고 고치고 바로잡아야 미래가 있다’고 하셨다”고 했다. 대통령이 있던 자리에서 바라본 한강은 말 그대로 ‘개조’돼 있었다.

길이 591m의 이포보는 정부가 최고의 명품보라고 자랑한 곳이다. 백로 알을 상징하는 7개의 둥근 구조물이 수문을 여닫는 장비를 감싸고 있다. 이 일대를 날던 철새 대신 백로 한 마리가 콘크리트 위에 덩그러니 새겨졌다. 강변은 풀 한 포기 없고, 무수한 느티나무 군락 대신 자전거도로를 만드느라 동원된 중장비가 자리를 틀었다. 강둑 경사면에는 잔디를 대량으로 급하게 키울 때, 녹색 물감을 섞어 잔디 씨앗과 함께 뿌리는 ‘시드스프레이’ 공법이 사용돼 멀리서는 잘 자란 잔디밭처럼 보였다. 모래톱이 쌓여 있던 강물 한가운데에는 원형 콘크리트 둑이 둘러쳐져 ‘수중광장’이란 이름을 달고 괴물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또 강변의 나무 군락이 사라진 자리에는 누런 강모래가 쌓여 이날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을 빨아들였다. 남한강 옆 도로변에는 개발 광풍을 예견하듯 부동산업소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한 업소 주인은 “아직 거래가 없지만, 명품보 근처이니 한바탕 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데도 이 대통령은 이틀 전 이곳에서 “생태계를 더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강으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이포보 상류 여주군 능서면 세종대왕릉 부근의 길이 525m의 여주보는 훈민정음과 세종대왕의 발명품인 해시계를 닮은 형상으로 단장했다. 하지만 드넓은 물길을 헤엄쳐 오가던 물고기들은 비좁은 콘크리트 옹벽 ‘어도’를 따라다니는 신세가 됐다. 강가의 모래와 자갈도 자전거도로 포장에 뒤덮였다.

길이 440m의 강천보는 남한강의 상징인 황포돛배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했다. 여기서도 자연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처럼 모든 게 ‘개조’됐다.

이포보 상공에는 환경단체가 올린 ‘4대강 심판’이란 애드벌룬이 떠 있었고, 보를 구경나온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누가 가장 큰 혜택을 보는가’를 두고 논쟁도 팽팽했다. 주민 박아무개(52·여주군 여주읍)씨는 “조용한 땅과 강을 뒤집어놓긴 했는데 앞으로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소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이 대통령은 이틀 전 “우리의 민심도 골고루 4대강을 따라 흐르며 서로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회가 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4대강을 따라 흐르는 것은 거짓과 혈세”라고 주장했다. 여주/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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