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디 크로체 국제슬로푸드협회 사무총장
“산업화와 환경오염으로 전통음식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올 7월 말까지 전세계의 1000개 소멸위기음식의 자세한 목록을 작성했는데, 한국에서도 전통 방식으로 담가 먹는 된장·고추장을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을 찾은 국제슬로푸드협회의 파올로 디 크로체 사무총장은 전통적인 먹을거리의 맛을 재발견하고 기록해 널리 알리는 ‘미각의 방주’ 사업에 큰 힘을 쏟고 있다.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경기 남양주에서 열리는 2011슬로푸드 대회에서도 ‘세계의 소멸위기음식 1000+1’ 행사를 연다.
“이번 대회에서는 슬로푸드협회의 생물종다양성재단에 등재된 1000개의 사라져가는 음식을 요리법과 함께 자세하게 소개할 겁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된장과 간장·고추장도 함께 전시하는데, 지금처럼 공장식 대량생산체제로 가다가는 전통 방식이 소멸할 수 있음을 경고하자는 뜻입니다 .” 1000개의 사라져가는 음식에 아직까지 한국 음식은 하나도 올라있지 않다. 일본 음식은 25개가 등재돼 있다.
크로체 사무총장이 이끄는 국제슬로푸드협회는 이탈리아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150개국에 10만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미각의 방주’ 사업 말고도, 소비자들과 연결해 소농을 보호해주는 프로젝트, 슬로푸드의 맛과 조리과정을 판매하는 농민시장, 학교텃밭 등을 활용한 미각교육, 세계 각지 전통 종자 생산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사업 등을 수행한다. 이제 슬로푸드는 단순히 패스트푸드의 반대말이 아니라 지역에서 깨끗하게 생산되고 믿을 수 있는 공정한 음식을 추구하는 삶의 철학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음식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좋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적절한 질과 먹는 즐거움을 뜻하고, ‘깨끗하다’는 것은 환경과 생산자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식품 생산과 소비를 말합니다. ‘공정하다’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접근가능한 가격, 생산자에게는 공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올해 남양주에서 여는 2001슬로푸드 대회의 주제는 ‘미각의 땅, 한국’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슬로푸드 맛보기 워크숍과 요리경연대회가 열리고, 각자의 미각을 테스트할 수 있는 미각체험관도 운영된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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