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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서울 낡은주택가의 변신 ‘뉴타운 부럽잖네’

등록 2011-06-06 21:07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의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달라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 골목길의 5일 오후 모습. 우중충하던 골목길이 한층 밝아졌다.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의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달라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 골목길의 5일 오후 모습. 우중충하던 골목길이 한층 밝아졌다.
쓰레기 공동관리에 담장엔 그림, 화단엔 꽃·나무…
이문1동 150가구 ‘고쳐 살자’ 도시연대, 야심찬 사업 주도
“아파트 숲 탈피 휴식 공간” 반발하던 주민들도 돌아서
수천채의 집을 통째로 헐고 새로 짓는 재개발·뉴타운 사업의 부작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낡은 집을 수리하고 버려진 골목을 단장해 단독·다세대 지역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의 ‘마을만들기’ 실험이 이목을 끌고 있다. 단독·다세대주택 고유의 장점을 살리면서, 관리가 어려운 단점을 보완해나가는 것이다.

친환경적인 도시 만들기를 고민해온 시민단체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도시연대)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앞의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 16가길에서 6개월 동안 150가구를 대상으로 ‘고치며 살자’는 취지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펼쳤다. 지은 지 20년 이상 된 주택이 절반을 넘는 16가길은 동대문구 이문1·2·3동, 휘경1동 일대 이문·휘경뉴타운구역에 둘러싸인 섬 같은 곳이었다.

사업의 내용은 단순했다. 무단투기되는 쓰레기를 관리하며 골목을 청소하고, 화단을 가꾸고, 담장에 페인트를 덧칠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80%가 50대 이상인 연로한 가옥주들은 “왜 남의 집을 건드리냐”는 반응을 보였다. 집을 고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산 사람들이었다.

실무자들이 방문한 지난해 12월 마을은 엉망이었다. 누르는 초인종마다 고장이었고, 창문이 깨지면 이불을 한장 더 덮고 살았다. 취객들이 버린 쓰레기와 오물이 좁은 골목길에서 썩어가도 누구 하나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

5일 이문동에서 만난 맹기돈 도시연대 팀장은 “사업 시행기간의 절반이 넘는 4개월간 간담회를 열고 주민 개개인을 만나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결국 말로 설득하느니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바뀐 공간을 미리 보여주기로 했다. 동네에서 가장 젊은 가옥주인 강순남(47) 통장이 총대를 멨다.

강씨의 집 앞 막다른 골목 담장에 그림을 그리고, 쓰레기가 쌓여 있던 화단에는 나무 데크를 깔았다. 나무 탁자와 벤치까지 두니 펜션 부럽지 않은 휴식 공간이 생겼다. 그는 “솔직히 뉴타운 지정이 되기를 바랐지만 이렇게 마을을 깨끗하게 꾸미니 앞으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강씨의 집 앞 골목은 사랑방이다. 아침에는 할머니들이 쉬어 가고 저녁에는 아이들이 놀다 간다. 시범 공사를 마치자 사업을 반대하던 이웃들은 물론, 옆 동네 사람들까지 찾아와 “어디서 해준 거냐”고 물었다. 아침·저녁으로 집 밖이 시끌시끌해도 강씨가 싱글벙글하는 이유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는 동안 꿈에 그리던 감나무를 집 앞에 심었다는 송화선(53)씨는 “앞을 봐도 아파트, 뒤를 봐도 아파트, 전부 시멘트로 둘러싸인 터에 나무가 들어오니 숨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며 즐거워했다. 15년 동안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다 4년 전 이문동에 빌라를 구입한 송씨는 “무조건 아파트를 올리기보단 주민들끼리 이렇게 어우러져 살아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도시연대는 사업을 하면서 집 앞 차양과 같이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선 철저히 자부담 원칙을 적용했다. 김은희 도시연대 사무국장은 “사업비를 지원받아 시설을 개선하는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주민이 함께 가꿔나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관리나 방범, 쓰레기, 주차 문제 등에 취약한 단독·다세대주택의 마을만들기가 지속가능하려면 아파트의 공동주택 관리규약처럼 단독·다세대주택도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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