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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지자체 지원 ‘농촌마을 공동급식’ 웃음꽃 활짝 “농번기 일손 덜고 여럿이 먹으니 참 맛나요”

등록 2011-05-15 20:07

마을 공동급식을 하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 자운영마을의 할머니들과 주민들이 지난 13일 마을 경로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마을 공동급식을 하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 자운영마을의 할머니들과 주민들이 지난 13일 마을 경로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나주시 성공사례 ‘입소문’…완주·칠곡·남해군 등 확산
농촌 복지정책 정착 가능성
“혼자 있으면 하기 싫어서도 안 해 먹고, 찬밥 말아 먹다 눈물날 때도 있는디…. 이렇게 여럿이 모여 먹으니 김치 하나라도 참으로 맛나요. 이러다 살찌겄소.”

지난 13일 낮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자운영마을(학동마을) 경로당에서 만난 백공순(82) 할머니의 말이다. 낮 12시에 맞춰 경로당을 찾은 할머니들의 수다가 그칠 줄을 몰랐다. 이 마을에서는 이달 초부터 군의 지원을 받아 날마다 점심 한 끼 무료 공동급식을 제공한다. 보통 스무명, 많으면 스물예닐곱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밥상에는 머위나물탕, 돌나물 무침, 상추 겉절이, 깻잎, 김치에 된장국까지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가져온 ‘로컬푸드’ 먹거리들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었다.

한병희(52) 이장은 “함께 모여 밥을 먹다보니 마을 단합도 더 잘 되는 것 같다”며 “군청에서 참 좋은 일을 시작했다”고 고마워했다. 이날 ‘식사 당번’인 차선영(53)씨는 “내가 제일 젊고 농사일이 적어서 마을 부엌을 맡게 됐다”며 “남성들은 점심 먹고 후다닥 논밭으로 나서지만, 어르신들은 오후 늦게까지 부침개 드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농촌에서도 ‘급식 혁명’이 메아리치고 있다. 농촌마을의 공동급식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완주군은 올해 10개 마을을 대상으로 마을 공동급식 사업을 시작했는데, 군의 사업 담당자들조차 놀랄 정도로 주민들의 엄청난 호응을 받고 있다. 완주군 농업기술센터의 정희현 담당자는 “4~6월에는 40일까지, 9~10월에는 30일까지 급식도우미 인건비로 하루 4만원씩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마을 공동급식의 원조는 전남 나주시이다. 2007년 시범사업으로 벌이다 2008년 조례를 제정해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올해는 지원 대상 마을이 상반기 77곳으로 늘어나면서 2억여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노종상 나주시 농업행정팀장은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농번기에 부녀자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생각이었다”며 “함께 밥을 해 먹다 보니 공동체 문화가 살아나 농번기 이후에도 자부담으로 공동급식을 이어가는 마을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완주뿐 아니라 경북 칠곡군, 경남 남해군 등 마을공동급식을 지원하는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북 김제군 등도 공동급식 지원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남혁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마을 공동급식 사업이 아직은 농번기 일손돕기에 머물러 있지만, 여성 농민과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 영양정책, 로컬푸드 정책의 다중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착한 농촌사업’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급식도우미라는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에 주목해 농번기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공공 근로인력사업 예산 등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완주/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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