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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없는 ‘백신’ 이후 구제역 농가 혼란 극심

등록 2011-01-26 19:33수정 2011-01-26 21:04

선별매몰 뒤 재감염 속출…방역수칙 준수 승강이도
정부가 전면적인 예방약(백신) 접종을 시행하면서 미리 준비된 매뉴얼 없이 그때그때 대처해, 곳곳에서 혼선이 불거지고 구제역 피해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설 연휴 때 축산농가 방문 자제 등을 호소하면서도 방역 대응 실책에 대한 반성이나 농민들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아 “책임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충북지역 한 돼지농장주는 26일 “며칠 전 구제역이 발생해 감염된 가축만 솎아 매몰했는데, 어제 또 구제역에 걸린 돼지가 생겼다”며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농장 돼지를 모두 매몰해 달라고 했지만 자치단체에선 ‘위쪽의 지시라서 그럴 수 없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홍하일 수의사도 이날 정범구·류근찬·홍희덕 의원 등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 구제역 감염 가축을 매몰처분한 며칠 뒤에 다른 돼지에서 구제역 추가 발생이 확인된 경기도 이천 지역 백신 접종 농가의 구체적 사례들을 발표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0일부터는 백신 접종 뒤 항체 형성 기간인 14일이 지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감염 가축만 매몰하도록 하고 있다. 축산 현장의 양돈수의사모임은 “감염 가축만 매몰할 경우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면서 해당 지역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며 발생 농장의 가축을 모두 매몰처분하는 원칙으로 돌아갈 것을 건의했다.

구제역 전파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 사료차량들이 백신 접종 이후로는 구제역 발생 농가와 비발생 농가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은 채 두루 돌아다니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접종 이후의 이런 혼선은 정부가 일관된 매뉴얼 없이 ‘전면 백신 접종 및 매몰 가축 최소화’ 정책으로 갑작스럽게 선회한 것이 불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백신 접종 뒤에도 청정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백신 만능론’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재홍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이날 국회 농식품위원회 등이 국회에서 연 토론회에서 “연중 백신 접종을 하는 나라가 청정국으로 가려면 2년 동안 구제역 발생이 없어야 하고, 최근 1년 동안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며 백신 접종에 따른 난관을 지적했다. ‘백신을 맞은 뒤에 구제역 감염 가축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을 두고, 김철중 충남대 수의대학장은 “엄격하게 가려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매몰 가축 보상금 선지급분 50%를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한 뒤 지급하라’는 공문을 자치단체들에 보냈다. 인천시 등이 일부 농가들에 선지급금 지급을 보류하자 농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충북 제천시가 이동제한 명령을 어겼다며 농민을 경찰에 고발해 농민이 반발하는 등 마찰도 빚고 있다.

그런데도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이 26일 발표한 공동 대국민담화문에서도 정부의 ‘자기 반성’이 빠졌다는 비판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24일 라디오·인터넷 연설, 김황식 국무총리의 다음날 국무회의 발언에서도 정부의 실책을 통감하는 내용은 없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성명을 내어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반성이나, 자식처럼 길렀던 가축을 땅에 묻으며 흘렸던 농민들의 눈물에 대한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두 장관을 교체하고 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청주/오윤주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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