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 초평면 한 돼지농장에서 이욱희 다살림영농조합 대표가 새끼돼지를 안고 서 있다.
‘구제역 안전지대’ 다살림영농조합
외부인 단속·사육마릿수 제한
벌침시술로 돼지 면역력 키워
분뇨는 유기농가 거름 제공
지역축산-농업 선순환 이끌어
외부인 단속·사육마릿수 제한
벌침시술로 돼지 면역력 키워
분뇨는 유기농가 거름 제공
지역축산-농업 선순환 이끌어
충북 청원군 오창읍 탑리는 비닐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김정동(36)씨네 비닐집을 열고 들어서자 달콤한 딸기 냄새가 솔솔 났다. 김씨가 딸기 하나를 뚝 따서 맛을 본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땅에서 농약을 쓰지 않고 길렀으니, 씻지도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 그는 아버지가 15년 전부터 해온 유기농사를 이어받아 동생과 함께 토마토와 딸기, 채소를 키우고 있다. 비닐집 들머리에 커다란 플라스틱 물탱크가 눈에 띈다. 김씨는 “돼지 분뇨로 만든 액비(액체 비료)를 담아둔 통인데, 유기농사의 밑천”이라며 “항생제에 찌들지 않은 돼지 축분으로 만든 안전한 유기비료”라고 자랑했다. 그는 이 ‘건강한’ 액비를 공짜로 갖다 쓴다.
항생제를 쓰지 않고 돼지를 기르는 다살림영농조합 덕분이다. 2002년 충북 진천·괴산·음성·충주에서 축산 농민 10여명이 “지금까지 우리는 돼지가 아니라 항생제에 찌든 양심을 팔았다”는 반성과 함께 ‘지속 가능한 친환경 무항생제 축산’을 선언하며 영농조합을 꾸렸다.
이날 오후 조합원이 운영하는 돼지농장 인근까지 갔지만, 농장 안은 들여다볼 수 없었다. 구제역이 일파만파로 번진 뒤여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게 아니다. 평소에도 외부인은 좀처럼 농장 안에 들이지 않는다. 꼭 필요하면 농장 어귀에서 머리까지 샤워를 마친 뒤 들여보낸다. 항생제를 섞여 먹이고 밀식 사육을 하던 방식을 과감히 버리는 대신 ‘철저한 방역’을 첫째 원칙으로 세웠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사료도 3~7일 동안 농장 밖에 쌓아뒀다가 안으로 들여놓는다. 이욱희 다살림영농조합 대표는 “이웃이나 지인들이 야박하다고 할 만큼 엄격하게 하다 보니, 구제역 감염 지역이 지뢰밭처럼 퍼져 있어도 조합 농장은 아직 안전하다”고 말했다.
사육 환경도 확 바꿨다. 사육 마릿수도 1㎡에 한 마리가 채 못 되게 유지한다. 예전에 100마리를 키우던 공간에 80마리만 기르는 것이다. 돼지를 옆 돈사에 몰아놓고 청소한 뒤 곧바로 다시 들여놓던 청소 방식을 버리고, 돈사를 비운 뒤 청소와 소독, 건조까지 마치고 다음날 돼지를 들여놓는다. 덕분에 인근을 지나가도 불쾌한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사료는 오랫동안 비축하지 않고, 사흘치씩만 사다가 바로 먹인다.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고, 환기도 철저히 한다. 벌침시술로 면역력을 키운다. 덕분에 항생제를 쓰지 않고도 오히려 생산성은 높아졌다. 우리나라 어미돼지 한 마리가 연간 출하하는 돼지 수 15마리보다 많은 18~23마리를 출하하고 있다.
조합에 속한 농가 15곳이 돼지 3만여마리를 이렇게 키우고 있고, 여기서 나오는 분뇨를 액비로 만들어 인근 3000㏊ 넘는 유기농가들에 공급한다. 돼지 한 마리가 1000㎡ 넓이의 유기농지를 지원하는 셈이다. 액비 1톤에 1만원씩 받으니까 화학비료 값의 30%가 안 되는 비용이 든다. 조합이 생산한 돼지고기는 농협과 생활협동조합 등을 통해 판다. 친환경 축산이 안전한 육류를 생산하는 데서 나아가 환경도 살리는 순환농업의 출발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구제역으로 축산업이 위기를 맞았지만, 이 위기가 지속 가능한 축산으로 전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존 방식으로 되돌아가 구제역 등 가축질병에 취약해지는 지금까지의 악순환을 끊고, 축산과 농업이 선순환을 이루는 친환경 축산으로 가는 게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해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원/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사진 다살림영농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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