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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밀집사육·느슨한 방역…한국식 축산 한계…예고된 ‘가축 재앙’

등록 2011-01-02 21:02수정 2011-01-03 08:26

입국시 소독절차 나몰라라
항생제 남용…면역력 상실
구제역 예방약(백신) 접종을 늘리는데도 구제역이 양돈산업의 ‘메카’라는 충남까지 번지고 국내 최대 양계단지로 꼽히는 전북 익산에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하면서, 가축 바이러스 불안감이 극한으로 고조되고 있다. 한우 생산이 10년새 갑절인 300만마리로 늘고, 사람·동물의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워졌지만, 정부의 방역 대응과 축산 환경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외여행 자유화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이어지면서 농수축산물의 ‘검역 국경’이 함께 무너졌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교역 빗장을 풀더라도 국경 검역만 강화하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에 빠져 있었다”며 “2000년 150만마리였던 한우 사육이 최근 300만마리로 늘어나는 동안 정부가 ‘축산 진흥’만 외쳤지 ‘방역 인프라 구축’은 뒷전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11월 국외여행을 다녀온 축산농가는 10만7000명 가운데 2만5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9000명만 입국 때 소독절차를 거쳤고, 나머지 1만6000명은 ‘무사통과’했다. 국외여행 뒤 5일 동안 축사 출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얼마나 지켰는지도 의문이다.

농장주뿐 아니라 축산분뇨 처리 차량이나 가축거래상 등이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전문가인 수의사가 농장주인 곳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매몰처분과 백신 접종 작업을 끝낸 뒤 인력·차량을 5일가량 격리해야 하는 상식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박봉균 교수는 “축산농가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방역 환경을 철저히 갖추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국경 유입과 초동대응 실패가 가장 큰 잘못이고, 그 뒤 소독약이 얼어붙는 등의 날씨 요인으로 더 확산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매뉴얼은 꽤 갖춰져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방역망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방역·질병에 취약한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육 환경’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좁은 우리에서 공장식으로 밀집 사육하는 한국식 축산의 근본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18만가구에 이르는 수많은 한우농가가 너무나 많은 소를 기르고 있다는 것이다.

돼지·닭·오리 농가의 사육 환경은 상대적으로 방역이 낫다지만, 질병에는 더없이 취약하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나 항생제를 맞고 좁은 우리에 갇혀 공장식 사료를 먹고 자라는 이들 ‘단백질 상품’은, 외부 바이러스를 스스로 이겨낼 면역력을 상실한 상태에 있다. 출산-사료 공급-도축-유통 등 모든 공정이 연결된 ‘축산 계열화’에 대한 반성도 요구되고 있다. 바이러스 ‘한방’에 모두 붕괴될 수 있는 ‘위험관리 제로’의 상황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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