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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백신접종 결정하고도 ‘땜질’ 대응…통제불능 위기 불러

등록 2010-12-29 20:30수정 2010-12-30 09:07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구제역 관련 긴급 담화문을 발표한 뒤 전국 시도지사와 화상을 통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이 모니터에 비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A href="mailto:rhee@hani.co.kr">rhee@hani.co.kr</A>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구제역 관련 긴급 담화문을 발표한 뒤 전국 시도지사와 화상을 통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이 모니터에 비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구제역 방역시스템 철저한 실패작
농식품부 백신접종 검토때 전국확산 대비안해
접종지역 찔끔찔끔 확대…그나마 돼지는 제외
정부가 방역·연구 독점해 지자체 대응 허둥지둥
한 달째 확산되고 있는 경북 안동발 구제역 사태는 정부의 대응 실패가 재앙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초동대응이 무너졌고, 차단방역은 수없이 구멍이 났다. 백신 접종을 결정한 뒤에도 소극적 대응에만 머무는 ‘오판’을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뒤늦게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의 총체적 실책은 너무나 큰 피해를 낳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이 경북·경기에 이어 강원도로 번지자 25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도, 5개 시·군에 국한하고 그것도 발생지역 반경 10㎞ 이내에만 접종하는 ‘링 백신 접종’이란 방안을 골랐다. 돼지는 빼고 소만 대상으로 삼았다.

그래도 이미 방역망을 빠져나간 구제역 바이러스는 충북에까지 확산됐다. 농식품부는 하루 이틀 걸러 백신 접종 지역을 몇 곳씩 늘리더니 30일에는 14곳에서 백신을 접종하기에 이르렀다.

농식품부는 구제역이 경북지역에 머물던 지난 8일 ‘구제역 백신 접종 문제점’이란 자료를 배포했다. 백신 접종 가축이 ‘보균동물’이 돼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고, 모든 우제류 가축에 접종하는 비용이 992억원이나 든다고 했다. 해마다 접종해야 하고,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다 백신 접종을 결정한 22일 이후 배포한 자료에서는 ‘혈청 검사로 보균동물을 가려내 제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소 10만마리에게 두 차례 접종하는 데 6억원만 투입하면 되고, 백신 접종을 마무리하고 6개월 뒤면 청정국 지위 회복을 신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처음 자료는 전국 백신을 상정한 것이고, 나중 자료는 국지적인 링 백신을 상정한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그때에야 매뉴얼을 꺼내들었다. 구제역 발생에 대비한 훈련도 없었다. 관련 예산이 편성돼 있을 리도 없었다. 이후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기존 인력으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져들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역학조사 전문가는 10명 남짓인데, 50명 넘게 필요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수의과학검역원이 관련 연구와 정보를 독점하는 데 따른 한계도 지적된다. 검역원은 구제역이 1종 법정전염병이고 민간에서 바이러스를 다룰 경우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외부와 차단된 연구실에서만 작업을 한다. 그러나 이런 ‘독점’은 지방자치단체에 정밀검사 시설을 지원하지 않아 이번 안동발 구제역의 초동대응 실패를 자초한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수의학 교수는 “정부가 민간 학자에겐 구제역 연구를 맡기지도, 지원하지도 않는다”며 “검역원이 제공한 자료의 객관성과 정직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장영주 국회입법조사관은 “이제부터 구제역 대응은 상시 방역 시스템으로 확대해야 하고, 관련 조직과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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