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만에 농가 5곳 번지고 관리지역밖 의심신고도
전북 임실서도 한우 2마리 양성반응 보여 정밀진단
전북 임실서도 한우 2마리 양성반응 보여 정밀진단
경북 안동발 구제역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나흘 만에 돼지·한우 농가 5곳으로 확산됐고 2일에는 당국의 방역 관리지역 밖에서 잇따라 구제역 감염 의심 신고가 들어와, 정부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일 안동시 와룡면 나소리·가야리, 이천동에서 전날 접수된 구제역 의심 신고 3건이 모두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들 한우농장 3곳에서 사육하던 한우 840마리는 곧바로 매몰 처분에 들어갔다. 와룡면 서현리 최초 신고 농가에서 20㎞ 이상 떨어진 풍천면 금계리와 42㎞ 떨어진 경북 청송군 안덕면 명당리의 한우 농가에서도 구제역 감염 의심 신고가 잇따라 들어왔다. 또 전북 임실에서도 이날 한우 2마리가 간이검사에서 구제역 양성 반응을 보여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정밀 진단에 들어갔다.
구제역 감염이 최종 확인될 경우 위험지역(발생 지역 반지름 3㎞)·경계지역(10㎞)·관리지역(20㎞)으로 나눠 대처하는 당국의 ‘3중 방역망’이 뚫린 셈이 된다. 최초 신고 농가의 20㎞ 안 관리지역에서도 이날 감염 의심 신고가 한우 8건, 돼지 1건, 염소 1건 등 10건이 접수됐다.
올해 들어 구제역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데도, 당국이 대책 마련은 물론이고 원인 진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제역은 주로 4~5월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는 1월부터 12월까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만 유독 구제역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포천·강화·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공통점은 처음 신고한 농장주가 외국여행을 다녀왔거나, 그 농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연중 구제역 발생은 사람의 이동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안동시 공무원과 군인·경찰 등 700여명이 매몰 작업에 나섰지만, 2일까지 매몰 대상 소·돼지 3만2000마리 가운데 2만여마리만 매몰했다. 안동시 가축방역대책본부는 “중장비 접근이 까다로운 산비탈에 매몰 장소가 있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안락사 약품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동한우’로 이름난 지역 축산업계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고, 인근 예천군·영주시 등의 한우 농가들도 초긴장 상태다. 황아무개씨는 “키우던 소 200마리가 하루아침에 땅에 묻혔는데 말할 기운이 있겠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대구/박주희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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