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돼지·소 구제역 발생 현황
안동서 소도 감염확인…이틀새 매몰대상 3만마리
전국가축시장 절반 폐쇄…위험지역 여행자 통제 허술
전국가축시장 절반 폐쇄…위험지역 여행자 통제 허술
경북 안동지역 돼지·소 축산농가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매몰 대상 가축이 이틀 만에 3만마리를 넘어서는 등 안동발 구제역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북 영양군에서도 한우가 구제역에 감염됐다는 의심이 든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정부가 특별방역활동을 펼치던 기간이었는데도 초동 대응이 허술했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30일 농림수산식품부는 전날 의심 신고가 들어온 안동시 서후면 이송천리 농가의 한우 5마리가 구제역에 걸린 사실을 확인하고, 이 농가 주변 500m 안 지역에서 사육중인 소 41마리를 곧바로 매몰했다고 밝혔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 도계리 한우 농가에서 이날 오후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이 농가는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 농장에서 동쪽으로 34㎞ 떨어져 있다. 농식품부는 와룡면 농장의 주인이 8~10여㎞ 떨어진 곳에서 농장 4곳을 더 운영하는 점을 확인해 이들 농장에서 사육중인 돼지 1만350마리와 한우 200마리도 매몰 처분했다. 이로써 이틀 동안 매몰된 가축은 돼지 3만184마리, 한우 2101마리 등 3만2285마리로 늘었다.
구제역 불똥은 제주에도 튀어, 이날부터 타이로 수출하려던 제주산 돼지고기 부산물 24t의 선적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검역증 발급 중단으로 취소됐다.
이번 구제역은 정부가 가을철 구제역 방역을 강화한 9~11월 특별기간에 발생해, 정부의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농식품부는 이 기간에 전국 일제소독을 강화하고 시·군별로 현장점검반을 가동했다. 외국인 노동자와 국외여행을 다녀온 농장주의 농장 출입 금지를 유도하는 등 방역대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의 한 농장주가 지난 11월3~7일 구제역 발생국인 베트남을 다녀왔지만, 정부 지시와 달리 농장 출입이 통제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귀국 뒤 5일 동안 농장 출입을 금지하라는 공문을 지방자치단체에 보냈으나, 실제 농장주가 지시대로 이행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난 26일 이후에도 일부 주민들은 구제역 발생 농장에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 농장 주변의 한 주민은 “26일 축산단지에 갔을 때 구제역이 돈다는 말은 듣지 못했고,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뒤에도 아무 통제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온 안동시 서후면 이송천리 농가의 정춘자(67)씨는 “암소들이 다음달 새끼를 낳을 거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돼지 키우는 곳에는 가지도 않았는데 몹쓸 병이 와서 내 손으로 키우던 소들을 다 묻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웃집 소들은 괜찮아야 할 텐데 밤새 한숨도 못 잤다”며 울먹였다. 정씨의 남편은 구제역 전염 우려 때문에 축사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임창기 이송천리 이장은 “소 키우는 집이 한두 집이 아닌데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정신이 나간 상태”라며 “평소에도 ‘방역, 방역’ 하며 애썼는데 어쩌다가 우리 지역에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동·상주·경주 등 경북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58만1000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안동에서 사육하는 한우는 4만5000마리에 이른다. 경북지역의 사육 돼지는 122만마리로 충남·경기 다음으로 많다.
김현대 선임기자, 안동/박주희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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