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색탓 재단 방북 무산
17일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3주기를 맞은 가운데 선생의 유언에 따른 남북어린이 돕기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권정생 어린이문화재단은 지난달 초 북녘 어린이를 위한 사과나무 심기사업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려 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계획이 무산됐다고 19일 밝혔다. 평생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면서 무소유의 삶을 살다가 2007년 5월 세상을 떠난 권 선생은 두 차례 남긴 유언장에서 “내가 쓴 모든 책은 어린이들이 사서 읽은 것이니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하다”며 자신의 예금과 인세로 북녘 어린이를 도와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선생은 세상을 뜨기 한 달 반 전인 2007년 3월31일 정호경 신부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제 예금통장이 정리되면 북쪽 굶주리는 어린이들에게 보내달라”며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돼 함께 살도록 해 주세요”라고 기원했다.
선생의 유언에 따라 권정생 어린이문화재단은 한겨레 통일문화재단과 겨레의 숲, 북녘에 나무보내기 운동본부, 장수군 등과 함께 북녘어린이를 위한 사과나무 심기사업을 벌여 왔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3년 동안 평양시 남쪽의 과수원에 해마다 사과나무 1만그루씩을 심을 계획이었다. 사과나무가 자라면 해마다 수백만개의 사과를 수확해 북녘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어린이문화재단은 이에 따라 지난해 2천만원을 이 사업에 지원해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올해 사업이 주춤하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권정생 어린이문화재단 안상학 사무처장은 “이 사업뿐만 아니라 어려운 처지의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 하신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해 모색하던 여러 사업들이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선생의 바람처럼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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