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도 속 ‘종묘전교’ 드러났다
서울역사박물관 발굴…종묘광장 서쪽 일대 추가 조사
조선시대 종묘의 앞길에는 폭 4.5m의 실개천이 흘렀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원래 이 실개천의 물길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시작해 종로 2가쪽에서 바로 청계천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세종 4년에 홍수에 의한 민가 피해를 막기 위해 종묘 앞쪽으로 인공제방을 만들어 물길을 돌렸다. 이 새로운 물길은 종로와 종묘 정문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왕이 종묘에 행차하기 위해서는 다리가 필요했다. 이때 만들어진 다리가 바로 종묘전교(종묘 앞 다리·사진)다.
1760년 <준천사실>, 1860년께 <대동지지> 등 옛 문헌·지도에만 존재하던 종묘전교의 실제 모습이 드러났다. 서울역사박물관 발굴팀은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종묘 앞 광장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이 다리의 유구를 발견했다. 발굴에 참여한 신영문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사는 “종묘전교는 임금의 가마가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폭이 6m로 다른 다리의 평균 폭 4m보다 훨씬 넓다”며 “일제시대인 1920년대 하수도를 정비하면서 다리를 땅밑에 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발굴팀은 종묘전교 외에도 종묘 외대문 앞 3단 계단, 종묘앞 실개천의 석축, 일제시대 도로면과 배수시설 등을 발굴했다. 또 15~16세기에 걸쳐 운영되던 시전 건물지 2개동과 이 건축물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묻어두었던 진단구도 발견됐다. 이 진단구는 주로 사찰이나 관아에서 발견된 것으로 시전행랑과 같은 소규모 건물지에서 발견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그러나 발견된 다리와 석축 등은 현재 다시 흙 속으로 묻힌 상태다. 어떻게 복원할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서울시는 종묘광장 발굴조사 지도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종묘광장 서쪽 일대 1만7000㎡에 대해서도 발굴조사를 추가로 실시하겠다고 3일 밝혔다. 박철규 서울시 문화국 문화재정책팀장은 “오는 3월부터 10월까지 서쪽 일대를 발굴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과 협의해 적절한 보존·복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H6s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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