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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예술이냐 낭비냐…공사장 가림막 딜레마

등록 2010-01-20 22:37

시계방향으로 광화문 복원 공사장 가림막 ‘광화문에 뜬 달’, 서울시 새청사 공사장 가람막,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공사장 가림막, 신세계 백화점 본관 공사장 가림막.
시계방향으로 광화문 복원 공사장 가림막 ‘광화문에 뜬 달’, 서울시 새청사 공사장 가람막,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공사장 가림막, 신세계 백화점 본관 공사장 가림막.
DMC 조형예술 작품 설치…광화문에 백자·산 그림
지역문화 형상화 등 진화…일부 “디자인 과잉” 비판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공사 현장에 가면 7.2㎞ 길이의 길고 긴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 서울시가 작년 여름부터 예술대학 졸업생 150명을 고용해 공사장 가림막에 대규모 예술작품을 설치한 덕분이다. 이곳에서는 레인보, 낙원 등 독특한 소재의 순수 조형예술 작품 21개를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구경할 수 있다.

종로구 세종로 한복판에서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진 공사장 가림막을 볼 수 있다. ‘광화문에 뜬 달’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작품은 2007년 12월부터 광화문 복원 공사장의 가림막으로 사용되고 있다. 높이 27m, 너비 41m의 ‘달’은 달항아리 백자와 한국의 산이 그려진 2616개의 합판으로 이뤄져 있다.

공사장 가림막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 8월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관 공사 때부터다. 신세계백화점은 당시 본관 공사를 시작하면서 초현실주의 대표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겨울비’를 프린트한 그림으로 공사장을 가렸다. 2007년 2월까지 사용된 이 가림막은 저작료만 1억원이 들어갔다.

그 뒤 공사장 가림막이 도시 디자인으로 유행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8억원을 들여 배경 그림을 4번이나 바꾼 서울시 새청사 공사장 가림막은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화재 직후 숭례문에 설치된 가림막의 경우도 불탄 현장을 감추려는 듯 높은 가림막에 숭례문의 온전한 모습이 그려져 있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범 디자인 평론가는 “공사장 가림막에도 미술적 요소가 적용된다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이로 인한 ‘디자인 과잉’이 예술의 질을 저하시키기도 한다”며 “이벤트성이 강한 가림막 디자인은 오히려 거리의 공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공사장 가림막 디자인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살린 가림막 디자인을 직접 제작하는 자치구도 생겼다. 서울 성동구청은 관내 공사장 가림막에 성동구의 역사·문화적 요소를 적용한 디자인을 입히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성동구를 형상화한 디자인은 살곶이 무늬, 성동 이음무늬, 성동 세물무늬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살곶이 무늬는 중랑천에 있는 살곶이다리(사적 제160호)의 모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살곶이다리를 이루는 네모난 돌덩이들의 비례를 이용해 4가지의 기본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구는 설명했다.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공사장 울타리에 도시의 역사와 향기를 살린 디자인을 입혀 지역의 문화와 역사성을 살리고 도시 미관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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