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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국방부, 문화재 훼손 ‘모르쇠’

등록 2010-01-11 21:58수정 2010-01-12 00:26

국방부가 짓고 있는 철구조물 공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성곽(오른쪽)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네 번이나 공사 중지 요청을 했으나 국방부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방부가 짓고 있는 철구조물 공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성곽(오른쪽)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네 번이나 공사 중지 요청을 했으나 국방부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성과 1.5m옆 무허가 군시설 공사
허가없이 철골구조물…구청 공사중단 요청도 묵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운공원에서 인왕산쪽을 바라보니 2층 높이의 철골 구조물이 보였다. 구조물의 아래쪽은 이미 갈색 통나무로 마감 처리가 돼 있었고, 위쪽은 짙은 회색의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 구조물에서 불과 1.5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는 사적 제10호인 서울성곽이 있다. 철골 구조물이 들어선 곳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경계작전부대 부지로, 공사 인부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조물 안쪽에서 전기톱날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함께 현장을 둘러본 김란기 한국역사문화정책연구원장은 “서울성곽 위에 지어지고 있는 철골 건축물이 문화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 공사는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없이 지난해 9월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현상변경’이란 문화재 주변 환경을 바꾸는 것으로, 사적으로부터 100m 이내에 시설물을 짓거나 시설을 변경할 때는 문화재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강경환 문화재청 보존정책과장은 “청운동의 철골 구조물은 현상변경 허가 없이 세워진 것으로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뒤늦게 지난해 말 현상변경 신청을 해 지난 8일 문화재위원들이 현지 조사를 마쳤고 이를 바탕으로 13일 사적분과위원회 심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청도 “공사가 시작된 뒤 국방부에 공사를 중지할 것을 3번이나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해당 공사업체에 공사 중지 요청 공문을 보내 공사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병규 수도방위사령부 병훈공보참모는 “낡은 초소를 보수하고 1개 동을 새로 짓기 위한 공사였다”며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전 대령은 “늦게나마 현상변경 신청을 했고 문화재청에서 2층의 높이를 줄이고 지붕색을 바꿔야 한다고 해 이를 모두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건축물의 설계를 변경할 것이 아니라 서울성곽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찬석 문화유산연대회의 대표는 “서울시가 서울성곽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물이 들어서면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충북 보은에 있는 삼년산성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다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2번이나 심의에서 탈락했다”며 “서울성곽 위의 구조물을 당장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란기 원장도 “이미 기초공사 과정에서 성곽의 일부가 훼손됐을 것”이라며 “이를 원래대로 돌려 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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