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묘앞 고층건물 건설안’ 세번째 심의보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맞은편 옛 세운상가 터에 고층 건물을 세우려는 서울시의 사업 계획안이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세번째로 보류됐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역사적 환경을 보호하는 데 신경쓰지 않고 고층건물을 세우는 데만 집착한다고 비판했다.
문화재청은 “12월9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사적분과 합동 소위원회에서 서울시 산하 에스에이치(SH)공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안을 심의한 뒤 ‘보류’를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에스에이치공사는 이번까지 세번이나 사업계획안이 보류 결정을 받았다. 이날 심의에 참여한 김정동 문화재위원은 “서울시가 제시한 106m 높이의 고층 건물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에 악영향을 미쳐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며 “서울시에 ‘세계문화유산 문제와의 연관성을 검토해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에스에이치공사는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옛 세운상가 터에 122m(36층) 높이의 건물을 세운다는 계획안을 문화재위원회에 처음 제출했다. 그러나 문화재위는 건물 높이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서울시쪽에 보완을 요구했다. 또 11월에도 에스에이치공사는 건물 높이를 110m로 낮춘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으나 역시 보류됐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던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계곡도 인공 건축물을 설치로 인해 등재가 취소된 적이 있다”며 “서울시는 이런 대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고층건물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동 문화재위원도 “고층 건물로 인해 종묘가 세계문화유산 목록에서 제외된다면 이는 서울시만의 잘못이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재청의 잘못이기도 하다”며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이는 국제적 망신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신중수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3축정비팀장은 “세운상가 터는 주거지가 아닌 상업지이기 때문에 용적율을 낮추면 사업성이 떨어져 고층건물 건축이 불가피하다”며 “사업계획안은 유네스코 관계자 등 전문가들과 면밀한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