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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라지는 ‘북아현동 골목길’ 사진 속으로

등록 2009-11-17 22:33

과거 주민들의 생활공간이었던 골목길이 잘 남아 있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능동길의 모습. 이들 골목길은 뉴타운 개발 탓에 대부분 사라질 예정이다.  이필석씨 제공
과거 주민들의 생활공간이었던 골목길이 잘 남아 있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능동길의 모습. 이들 골목길은 뉴타운 개발 탓에 대부분 사라질 예정이다. 이필석씨 제공
주민·시민단체, 충정로역서 전시회
“재개발로 잊혀지게 될 기억 아쉬워”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일하던 생활공간 ‘골목’의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아마추어 사진작가 김명은(27)씨는 좁고 복작거리던 어릴적 골목의 모습이 아직도 서울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골목에서 찍은 사진에는 정자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주민들의 모습, 함께 모여 앉아 골목길에 늘어놓은 빨간 고추를 다듬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김씨의 사진은 현재 지하철 충정로역에 전시돼 있다.

김씨가 사진으로 남긴 북아현동 170번지 일대 골목은 2005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 올해 조합 설립 절차를 끝냈고, 2011년 안에 철거돼 2015년이면 아파트가 들어선다. 김씨는 “개발이 끝나면 주민들의 주요 생활공간이었던 골목길은 사라지고 단순한 ‘길’만 남게 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북아현동 골목길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곳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4월부터 골목길 기록 작업을 시작했다. 60명의 ‘아키비스트’들이 북아현동의 골목길에서 사진을 찍었고 이곳에 오래 살았던 주민들을 영상 인터뷰하기도 했다. ‘아키비스트’란 기록물을 뜻하는 아카이브(archive)에 사람을 뜻하는 이스트(ist)를 붙여 만든 단어로 ‘기록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북아현동 지역아동센터 ‘나무를 심는 학교’의 아이들은 동네 모험 지도와 마을신문을 만들었다. 이들 역시 이 기록물을 가지고 지난 16일부터 지하철 충정로역에서 ‘금화장길 노란대문’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시작했다.

17일 전시장을 찾아가 보니, 얼기설기 얽어놓은 나무막대마다 이들이 찍은 300여장의 사진과 지도, 재개발 주민들이 버리고 떠난 문패들이 걸려 있었다. 골목길과 그곳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 아현동의 재개발 과정을 100만여장의 스틸컷에 담은 기록물도 함께 있었다. 이민규 문화우리 연구원은 “사진이 붙어 있는 나무막대는 북아현동 골목길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60명 가운데 한 명의 ‘아키비스트’로 참여한 건축설계사 홍재성(28)씨는 “지역 전체를 부수고 한꺼번에 재개발하기보다 건물이나 지역을 조금씩 개발해야 새 건물이 기존 환경에 조화하는 설계가 가능해진다”며 현재의 개발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시회를 기획한 문화우리 이중재 사무국장은 “일제 강점기의 문화주택이나 국내 첫 시민아파트인 금화아파트 등 북아현동의 건물들은 그 자체로 서울의 근현대사를 압축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는 북아현동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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