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통교 등 서울 청계천 일대에 조선시대 육의전과 시전 골목이 재현돼 시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31일부터 이틀간 청계천서 체험축제
특화상품 홍보전·국악공연 등도 열려
특화상품 홍보전·국악공연 등도 열려
조선시대 태종은 1412년부터 1414년까지 광화문 네거리에서 종로5가에 이르는 도로변 좌우에 2000칸이 넘는 시전을 새로 만들었다. 시전이 완성된 뒤에는 상인들을 불러모아 점포를 빌려주고 대신 세금을 받았다. 초기에는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상업 규모가 대체로 비슷했다.
그러나 차츰 상업이 발전하게 되자 궁중에서 필요한 물건을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경제적·사회적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는 상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각각 선전(비단), 면주전(명주), 지전(종이), 내외어물전(어물), 포전(모시), 면포전(무명)을 운영하는 이들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육의전·육주비전·육부전·육장전 등으로 불렀다.
육의전 상인들은 시전에서 막대한 권력을 휘둘렀다. 관청이 이들에게 금난전권이라는 독점적 상업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금난전권을 이용해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겪은 뒤 황폐해진 농촌을 떠나 난전을 형성한 상인들을 고발해 경쟁을 막았다. 대신 두 번의 전쟁으로 재정이 어려워진 나라에 더 많은 세금을 내고, 궁중·관청의 수요품과 중국으로 보내는 진헌품을 조달하는 의무를 맡았다. 이들은 조합도 만들었다. 조합원을 도원(都員)이라 하고 도원에 의한 선거로 선출된 임원들을 상공원(上公員)과 하공원(下公員)으로 구분해, 상공원은 의결기구 구실을 하고 하공원은 실무를 맡았다.
그러나 육의전의 독점은 개항 이후 무너지기 시작했다. 1890년 청나라와 일본 상인들이 값싼 상품을 가지고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1894년 갑오개혁 이후 누구나 자유로운 상업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받게 됐다.
지금은 종로2가 탑골공원 삼일문 왼쪽에 ‘육의전 터 표지석’이 남아 있으며, 청진동 피맛골 재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시전 점포 터인 ‘종로 시전행랑 유구’ 일부가 서울역사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옛 육의전의 모습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축제도 열린다. 서울 종로구는 31일부터 11월1일까지 이틀 동안 청계천 광통교와 종로청계관광특구 일대에서 ‘제4회 육의전 체험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주요 행사로 전통 육의전 체험, 특화상품 홍보전 등 전시행사와 전통 베틀 체험, 포목 체험, 전통 의복 체험전 등 육의전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이 밖에 타악 퍼포먼스, 청주시립국악단의 국악공연, 진도북춤 등 문화예술 공연도 열린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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