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27일 부분 개장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옛 동대문운동장)의 유구전시장, 이간수문. 서울시 제공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동쪽구역 27일 개방
서울성곽·이간수문·하도감 유적 등 전시
서울성곽·이간수문·하도감 유적 등 전시
이간수문(두칸 수문)은 생각보다 웅장했고 또한 정교했다. 조선시대 남산을 타고 서울성곽 안쪽으로 흐르던 물은 5m 높이의 이 아치형 수문을 빠져나와 청계천으로 흘렀을 것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7가 동대문운동장 부지에서 발굴된 이간수문은 발굴 당시 맨 위쪽의 아치 부분을 제외하고 완벽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고 한다. 현장 안내를 맡은 서울시 동대문디자인파크 최형수 학예연구사는 “이간수문 밑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물길이 막히자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 조선시대 언젠가 아치 윗부분을 텄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간수문 중간 높이에서 발견된 작은 수중보가 그 증거”라고 말했다.
이간수문과 이어지는 142m 길이의 성곽은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 각 시대별 축성기법을 살려 복원돼 있었다. 성곽이 처음 만들어지던 태조 때는 커다란 괴석 사이사이에 작은 돌을 끼워 넣었고, 세종 때는 중간 크기의 직사각형 돌을 나란히 쌓는 기법을 사용했다. 숙종 이후에는 가로·세로 60㎝ 크기의 정사각형 돌을 쌓았다. 조선시대 성곽의 실제 모습은 밑 1~2단에만 갈색 부분으로 남아 있고, 나머지 윗부분은 새로운 돌로 복원해 놓은 모습이었다.
동대문역사관 양쪽의 동대문유구전시장에는 집수지(물을 가두어 놓는 곳), 우물지, 아궁이 시설, 기와 보도 등이 시대별로 높낮이를 달리하여 전시돼 있었다. 최 학예연구사는 “동대문운동장 터는 조선시대 훈련도감의 일부인 하도감터로 주로 무기를 만들고 저장했던 곳이었던 것 같다”며 “집수지에 저장된 물은 불이 났을 경우를 대비한 방화수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쪽 옆에는 철제 무기를 만들기 위한 아궁이가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었다.
서울시는 오는 2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공원지역으로 이루어진 ‘동대문역사문화공원’(6만5232㎡) 가운데 공사를 완료한 서울성곽 동쪽 공원지역(1만9597㎡)을 개방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이간수문을 포함한 서울성곽, 동대문유구전시장, 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역사관, 이벤트홀, 디자인갤러리 등이다.
애초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터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갤러리 등 문화시설만 갖춘 공원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동대문운동장 터에서 서울성곽과 여러 건축물의 유구가 발굴되자 계획을 변경해 1만9597㎡를 역사문화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개장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연중무휴로 24시간 개방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왼쪽부터 조선 초기(태조) 성곽, 조선 중기(세종) 성곽, 조선 후기(숙종 이후) 성곽의 모습.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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