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부터 한달 동안 서울의 73곳 거리에서 낙엽을 밟으며 걸을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안산공원길(왼쪽)과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 제공
서울 ‘단풍과 낙엽의 거리’ 73곳 선정
시민들 위해 한달간 낙엽 안치우기로
시민들 위해 한달간 낙엽 안치우기로
1920년대 평양을 배경으로 한 김동인의 소설 <감자>의 주인공 복녀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품삯을 받고 소나무 송충이를 잡는 일을 했다. 방충제가 없던 시절의 일이다. 나무에는 각각 그 나무를 좋아하는 벌레들이 산다. 소나무에는 송충이가, 버즘나무(플라타너스)에는 흰불나방 애벌레가 있다.
벌레가 생기지 않는 나무도 있다. 바로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는 해충이 없고 도심 공해에 강하며 수명이 길어서 가로수로는 아주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시민들은 은행나무가 노랗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도 한다. 1971년 은행나무가 서울을 상징하는 나무가 되면서 서울의 대표 가로수는 버즘나무에서 은행나무로 바뀌고 있다. 현재 서울의 가로수 28만3000그루 중에서 은행나무는 42%(11만8000그루)로 가장 많다.
매년 10월이면 은행 열매가 바닥에 떨어져 내는 악취로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서울시는 은행나무 가로수를 교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권백현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관리팀장은 “은행나무 하나를 교체하는 데는 300만~4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열매의 냄새를 악취로 생각하지 말고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사과·배·감나무 같은 과일나무를 가로수로 심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 나무들은 추위에 약하고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올해도 은행나무 등 수북이 쌓인 가로수의 낙엽을 밟으면서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서울시는 남산순환로 등 73개 거리를 ‘단풍과 낙엽의 거리’로 선정해 10월 하순부터 한 달간 운영한다고 22일 밝혔다. 선정된 거리의 낙엽은 이 기간에 쓸지 않고 그대로 둬 시민들이 단풍을 즐기고 낙엽을 밟을 수 있도록 했다.
시가 선정한 ‘단풍과 낙엽의 거리’는 도로변이 47곳, 공원이 17곳, 하천변이 9곳으로, 길이가 모두 128㎞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은행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곳은 남산 소월길, 성동구 중랑천 제방, 강북구 인수봉길, 도봉구 노해길, 은평구 진흥로 등이다.
느티나무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은 중구 덕수궁길, 서울대공원, 동작구 보라매공원, 서대문구 안산공원길, 마포구 난지도길, 금천구 안양천길 등이 있다. 단풍나무와 벚나무의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서초구 양재시민의숲, 강서구 방화근린공원, 동작구 문화길, 관악구 낙성대길, 송파구 석촌호수, 중랑구 봉화산 등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