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야외스케이트장을 만들기로 하면서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도 받지 않은 채 계획을 발표해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서울시가 8·9월 두 달 동안 광화문광장 관리비로 3억670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나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광화문광장의 플라워카펫에 2250㎡ 규모의 스케이트장을 11월2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광장의 운영 방향과 기준을 결정하는 ‘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았다.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는 스케이트장 착공 3일 전인 이달 30일 열릴 예정이다.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위원인 김원태 서울시의원(한나라당)은 “광화문광장에 스케이트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아직 심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미지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및 활동과 관계 없는 위원들이 많이 참여하는 등 처음부터 형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위원회의 역할을 명확히 해 실질적인 광장 운영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정선 시 체육진흥과장은 “현재 심의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라며 “만의 하나 부결된다면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8월1일 개장한 광화문광장이 자칫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광장관리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20일 공개한 ‘광화문광장 8·9월 관리비’를 보면, 8월 1억460만원, 9월 2억6270만원 등 개장부터 두 달 동안 모두 3억6700여만원의 유지비가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역을 살펴보면 인건비가 8·9월 통틀어 1억3670여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광장 청소비·경비 용역비 등 위탁 관리비가 4120여만원, 광장 분수대·조명 가동 3380여만원 차례였다.

서울시는 또 지난 5일에는 약 1억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광화문광장 플라워카펫을 가을꽃으로 바꿨다. 새로 심은 가을꽃은 약 한 달 뒤인 11월2일 광화문광장 스케이트장 공사 착공으로 제거해야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인건비, 사무실 임차료 등을 뺀 광화문광장의 순수 유지관리비는 한달 약 3800만원”이라고 해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