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중구 회현고가차도가 철거된 뒤 회현사거리에 새로 마련된 횡단보도 위로 6일 오후 시민들이 분주히 걸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하상가 ‘생존권’-지자체 ‘보행권’ 명동서 힘겨루기
중구청 “10년 민원…에스컬레이터 등 대안 마련”
상인들 “밀어붙이기 행정…지하상가 연결망 먼저”
중구청 “10년 민원…에스컬레이터 등 대안 마련”
상인들 “밀어붙이기 행정…지하상가 연결망 먼저”
서울 중구 명동역 지하상가에서 음반 가게를 운영하는 정아무개(34)씨는 6일 새벽 1시께 명동역 4번 출구 앞에서 횡단보도를 만들려던 중구청 공사팀을 몸으로 막았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11명의 다른 상인들과 함께였다. 정씨는 “중구청이 지하상가 위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면서 상인들과 타협 없이 힘으로만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공사는 중단됐다.
지하상가가 유난히 많은 서울 중심가에 횡단보도 설치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와 지하상가 상인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해 횡단보도를 더 만들려는 지방자치단체 방침에, 지하상가 상인들은 횡단보도가 생기면 땅 밑으로 내려오는 행인 수가 크게 줄어 매출에 타격을 입는다며 반발해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다. 노미숙 명동역 지하도상가 상인회장은 “횡단보도가 생기면 지하상가의 매출이 반토막 난다”며 “협의를 통해 횡단보도 위치를 변경하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동역 횡단보도 설치계획은 서울시가 회현고가도로 철거와 함께 논의해 오다 명동역 지하상가 상인들의 반발이 심하자, 지난 7월 ‘당사자들의 원만한 합의를 거쳐 구청에서 설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장규영 중구 건설교통국장은 “명동역에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는 민원은 10년 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회현고가에서 내려오는 차량들 때문에 위험 요소가 많아 보류돼 왔던 것”이라며 “지금은 회현고가를 철거했으니 단절돼 있던 명동과 남산을 연결해 관광객과 시민들의 불편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는 지하상가 상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상가 입구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고, 여행사와 연계해 지하상가를 쇼핑 코스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승환 회현지하상가연합 부회장은 “지난달 지하상가 위에 3개의 횡단보도가 생긴 뒤 손님이 70% 이상 줄었다”며 “계단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희 걷고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지자체가 지하상가 상인들의 어려움을 듣고 상권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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