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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지자체 ‘대입공립학원‘ 돈 펑펑

등록 2008-04-03 21:38수정 2008-04-04 09:51

각 지역에 지자체 예산으로 우수 학생들을 모아 수업을 하는 ‘공립학원’이 생기면서 논란이 이는 가운데, 사진은 전북 순창군에서 운영하는 ‘인재숙’ 기숙학원에서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다른 지역에서 온 유명 학원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듣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각 지역에 지자체 예산으로 우수 학생들을 모아 수업을 하는 ‘공립학원’이 생기면서 논란이 이는 가운데, 사진은 전북 순창군에서 운영하는 ‘인재숙’ 기숙학원에서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다른 지역에서 온 유명 학원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듣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명문대 진학률 높여야 지역이 산다’
‘서울대반’ ‘연·고대반’ 따위의 ‘특수반’은 더는 사설 학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쏟아부어 운영하는 ‘공립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자는 고육책이지만, 소수의 성적 우수자들을 위해 예산을 편중 지원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금천구·구로구 등 잇단 개설
지방선 ‘기숙형 학원’ 확산
성적우수자에 예산편중 논란

전국지방자치단체 운영 공립학원 현황
전국지방자치단체 운영 공립학원 현황
■ 실태와 원인=서울 금천구는 올해부터 3∼4억원을 들여 ‘금천영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금천구의 4개 인문계 고교에서 뽑은 성적 우수자 120명이 수업을 받는다. 강남지역 고교나 특목고 교사들을 강사로 초빙해 월·수·금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언어·수리·외국어를 가르친다. 이른바 ‘스카이’(서울·고려·연세대) 진학률을 높이려고 지자체가 직접 나선 것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명문대 진학률이 떨어지면서 금천구가 교육 낙후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지역사회의 패배감이 컸다”며 “명문대를 보내야 명문고로 인식되는 세태 속에서 학교 네 곳과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로구도 지난해 6개 고교에서 성적 우수자 60명을 선발해 1억원을 들여 ‘논·구술 영재반’을 운영했다. 구로구는 올해에는 이 사업을 확대해 실시할 계획이다.

‘공립학원’의 ‘원조’는 전북 순창군이 세운 ‘옥천인재숙’이다. 2003년 6월 문을 연 인재숙은 중3∼고3 학생 200명이 날마다 학교가 끝난 뒤 와서 밤늦게까지 수업을 듣고 잠까지 자는 ‘기숙형 학원’이다. 수강 대상 학생은 별도의 시험을 치러 성적순으로 뽑는다. 순창군청 쪽은 “인재숙 덕분에 지난해에 순창에선 15년 만에 서울대 합격생이 나왔고, 올해에도 세명이 서울대에 들어갔다”고 자랑했다.


순창군 사례가 알려지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공립학원 운영에 나서고 있다. 현재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립학원은 기숙형이 두 곳, 비기숙형이 세 곳이다. 별도의 학원 공간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주말이나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여러 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학교나 회관 등 공공기관 한 곳에 모여 학원 강사 등에게서 수업을 받는 학원식 ‘방과후 학교’를 여는 곳도 7곳에 이른다. 100여 곳에 이르는 지자체 관계자가 옥천인재숙을 다녀간 것으로 미뤄, 앞으로 공립 학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논란=공립학원을 찬성하는 쪽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역의 열악한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하소연한다. 순창군 인재 양성 담당자는 “우리 지역의 경우 좀 살 만한 집들은 교육 문제 때문에 주변 도시로 이사하는 등 인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인재숙이 학부모들에게 굳이 다른 지역으로 옮기지 않아도 좋은 대학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줬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고 황용호 교감도 “초·중학교 때 공부를 잘하던 아이들이 고교 진학을 앞두고 과학고·외국어고 등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심각하다”며 “금천의 고등학교를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세금이 학생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부 잘하는 소수의 학생들만을 위해 쓰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전북지역 시민단체들은 2006년 1월 “옥천인재숙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선택’받지 못한 학생들이 느끼는 위화감도 크다. 서울 금천구 ㄷ고 ㅇ(17)군은 “오후 6시20분만 되면 버스가 와서 영재교실 학생들을 태우고 가는데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ㄷ여고 ㄱ(16)양은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고 했다.

우석대 교육학과 강승규 교수는 “열악한 교육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자체가 앞장서서 다수의 학생에게 열등감을 심어 주는 비교육적인 방법이어서는 안 된다”며 “방과후 특기교육 강사 인력 풀 운영 등 모든 학생이 고르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규 김소연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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