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고양이 불임 수술대로
서울시 “올 6억 예산책정”
밤이면 주택가 골목이나 자동차 밑에 숨어 눈에서 빛을 뿜어내는 길고양이들. 지나가는 사람은 흠칫할 수밖에 없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찢어놓는 범인도 주로 이놈들이다. 교미 때는 날카로운 괴성을 밤새 질러대 잠을 설치게 하기도 한다. 더구나 1년에 두세 차례나 임신을 하기 때문에 번식력도 뛰어나다.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이처럼 주인 없이 버려져 도시의 후미진 곳을 장악한 채 골치를 썩이는 떠돌이 고양이들을 붙잡아 불임수술을 한 뒤 놓아줄 계획이다. 수술비용으로만 6억여원의 예산이 책정돼 올 한해만 6천여마리의 주인 없는 고양이들이 대상에 오르게 된다.
우선 길거리에서 생포된 고양이는 동물병원에서 주인이 있는지 여부를 가린 뒤 떠돌이 고양이로 판명되는 경우 즉시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시는 지난해 강남구와 용산구에서 이 제도를 시행해본 결과 주민들의 민원이 29% 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25개 자치구 전체에 확대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애완동물의 경우, 입양을 시도하다 안되면 안락사시키는 관행이 너무 동물들에게 가혹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매년 1만5천∼1만7천 마리의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이 서울시내에서 포획되는데, 이 가운데 87% 가량이 마취 뒤 심장을 멎게 하는 약물을 혈관주사로 맞고 생을 마감해 왔다. 서울시 생활경제과의 박용춘 주임은 “개는 주인이 찾아가는 비율이 높아 안락사의 대상은 주로 고양이였다”고 말했다.
고양이 수컷의 경우는 불임수술에 5만∼10만원, 암컷은 15만∼2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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