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길 기준 지선도로에 번호
올해 말까지 서울 강남구의 주소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현재의 토지지번은 물론이고 행정자치부가 추진 중인 도로이름에 건물번호를 붙이는 방식도 실제 길을 찾아가거나 지도상에서 해당 위치를 찾을 때 불편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새 주소체계는 큰 도로를 중심에 놓고 가지가지 뻗어 있는 지선도로들에 순차적으로 번호를 매기는 방식으로 돼 있다. 여기에 동서남북 방위를 표시함으로써 감각적으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논현로, 학동로, 역삼로, 테헤란로 등 관내 주요 도로 20개의 위치만 알면 해당 주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재는 외워야할 도로명이 강남구 관내에만 모두 954개에 달한다고 구 쪽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29번지 12호’는 행자부의 생활주소에 따르면 ‘강남구 동산말길 74’가 되나, 새로 바뀐 주소체계에 의하면 ‘서울 강남구 논현로 서24길 74’가 된다. 논현로 끝에서 서쪽에 있는 24번째 있는 길의 74번째 건물 정도의 의미인 셈이다.
맹정주 강남구청장은 24일 “97년부터 추진해 온 새주소 체계 역시 도로명이 다양하고 비슷한 이름이 많은데다 지역 위치를 나타내는 동 이름 자체가 사라져 위치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행자부도 강남구와 유사한 여건을 가진 시·군·구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남구는 오는 8월부터 내부적으로 바뀐 주소체계 시행에 들어간 뒤 2011년까지는 기존 지번주소와 병행해 사용하고 그 이듬해부터는 바뀐 주소만 쓸 계획이다. 그 사이에는 새 주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주민등록상 주소를 바꾸기 위한 시스템 개발 작업을 벌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의 주소체계는 강남구처럼 대로가 잘 발달하고 블록 구분이 뚜렷한 구에서는 효용성이 있으나, 강북의 대부분 구처럼 블록 구분이 애매하고 좁다란 길이 많은 곳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