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업소 법정단위 사용실태
귀금속업소 29% ‘g’ 단위 판매…새 도량형 정착 더뎌
성동구 부동산업소 100% ‘㎡’ 사용…강서구는 모두 ‘평’
성동구 부동산업소 100% ‘㎡’ 사용…강서구는 모두 ‘평’
미터법의 정착 이후 ‘되(1.8ℓ)로 주고 말(18ℓ)로 받는다’는 말은 이제 웬만한 이들에게는 가늠하기 어려운 옛날 속담이 됐다. 정부는 한달 동안의 계도 기간을 거친 뒤 지난 8월부터 면적 단위인 ‘평’과 금붙이 등의 무게를 나타내는 ‘돈’ 등 미터법 외의 도량형 단위를 쓸 경우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등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돈’은 여전히 귀금속 가게 등을 중심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지난 9∼10월 시내 238개 귀금속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순금반지 등을 그램(g) 단위로만 판매하는 곳은 전체의 29%에 해당하는 69곳에 머물렀다. 나머지 71%는 ‘돈’과 그램을 함께 쓰거나 그램을 쓰더라도 1돈에 해당하는 ‘3.75g에 얼마’하는 식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램 단위로 주문제작이 가능하냐”는 요구에는 91%가 거부의사를 밝혔다.
또 874곳의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면적 단위 ‘평’ 대신 제곱미터(㎡)를 쓰는 곳이 전체의 38.6%인 337곳이었다. 평과 제곱미터를 병기한 곳이 406곳(46.5%)이었다. 자치구별로도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렸다. 성동구는 100% 제곱미터를 쓰고 있었으나 강서구 부동산중개업소는 모두 여전히 평을 쓰고 있었다.
법정 계량단위는 1961년에 도입돼 부피 단위인 홉·되·말 등은 무게 단위인 킬로그램(㎏)으로, 길이 단위인 자·척은 미터·센티미터로 어느 정도 안착됐으나 ‘돈·평’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이다.
김윤규 서울시 생활경제과장은 “거리단위인 리(4㎞)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그 의미의 변화가 와 미터법으로 쉽게 흡수됐으나 ‘평’과 ‘돈’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면적단위 평도 최근 재산권 분쟁이 급증하면서 정확한 계측이 가능한 제곱미터를 많이 쓰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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