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하는 요령’ 특별교육도
노숙인은 사기꾼들에게 ‘봉’이다. 현찰에 궁한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단돈 몇십만원을 받고 자신의 주민등록증이나 등본을 내어준다. 그 주민등록은 사기꾼들에 의해 이른바 ‘대포폰’ ‘대포통장’ ‘대포차’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거기서 파생된 사용요금이나 부채는 고스란히 노숙인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경제사범이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난해 3월 용산에 있는 노숙인쉼터에 들어온 최아무개(51)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찬바람이 몰아치던 2005년 12월 중순 영등포역 대합실에서 “10만원을 줄테니 주민등록 등본을 떼어 달라”는 한 낯선 남자의 요구를 들어줬다. 2달 뒤 최씨의 주소지로 5개 휴대전화 사용료 500여만원을 내라는 고지서가 날아 왔다. 여력이 없는 그는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악성 채무자 신분으로 집에 돌아갈 수도 없고, 결국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말았다.
지난달 말 서울시 조사에서 거리 노숙인 600여명 가운데 무려 210명(35%)이 최씨처럼 주민등록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다보니 의료나 일자리 찾기 등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서울시는 이런 노숙인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등록이 말소된 노숙인들에게 쉼터 주소지로 주민등록을 만들어주고, 서울 시내 52개 쉼터와 5개 노숙인지원센터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는 요령 등을 내용으로 1달에 1차례씩 특별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19일 밝혔다. 김영기 서울시 노숙인지원팀장은 “노숙인들이 주민등록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해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며 “주민등록을 복구해야, 채무 탕감 등을 위한 변호사 수임료와 등기 수수료 명목으로 시에서 60만원 가량을 지원하는 개인파산면책제도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서기 상담보호센터의 김해수 실장은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거리 노숙인들이 쉼터나 센터로 들어와 실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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