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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평화의 섬이 ‘갈등의 섬’으로

등록 2007-04-30 20:07수정 2007-04-30 23:17

제주 해군기지 사업 일지
제주 해군기지 사업 일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둘러싸고 찬반대립
미군기지화 가능성 우려에
“지역경제 활성화 기회” 맞서
정부·도 밀어붙이기 불만도

46년 동안 제주 서귀포시 위미1리에서 물질을 해온 이복열(62)씨는 최근 한 달 넘게 ‘바당’(바다)에 들어가지 않는다. 정부 방침대로 이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지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남편과 살며 물질만으로 네 자녀를 키워낸 그는, 자신의 일터인 바다를 은혜로운 밭이라는 뜻으로 ‘은혜전’이라 불렀다. 이제 ‘은혜전’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한 이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현재 해군은 제주 화순항이나 위미 1·2리 가운데 한 곳의 해안을 매립해 7천t급 이지스함 3척을 비롯한 20여척의 군함이 정박할 수 있는 12만평 규모의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김태환 제주지사가 5월 중 도민 여론조사를 통한 유치 결정 방침을 천명하면서 기지 건설을 둘러싼 주민들 사이의 찬반 갈등은 격해지고 있다.

‘평화의 섬’에 군사기지?=반대 주민·단체들은 정부가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제주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 놓고도 군사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한다. 고유기 제주도군사기지반대 도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제주 해군기지가 중국·일본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정책에 따라 장차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기지화하거나 미사일방어체제(MD)의 전초기지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한반도에서 중동으로 이어지는 석유 수송로인 남방 해역을 보호하고 제주 남쪽 이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제주가 최적의 기지 입지 조건을 갖추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지난 13일 제주도청을 방문해 “제주 해군기지는 미군 기지로 사용될 수 없으며, 미사일방어체제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공언했다.

불신 낳은 추진과정=지역 주민 사이에는 기지 건설 방침이 공개된 뒤 10년 이상 잠잠하다가, 7천t급 이지스함의 건조 완료 시점(2009년)이 다가오자 갑자기 지난해부터 군이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최근 해당 지역 출신 사병·장교 등 군인 100여명을 휴가차 내려보내 주민 설득 작업에 나선 것도 ‘꼼수’라고 주민들은 불쾌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해군기지건설추진단의 김태호 소령은 “계획대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나 당시 제주도 쪽의 반대 때문에 사업이 미뤄져온 것이고, 정보공개를 위해 80차례가 넘는 토론회와 설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도민 여론조사를 통한 결정 방식을 두고서도 “폭력적 발상”이라는 주민들 반응과 “유치 여부 결정은 도지사 고유 권한”이라는 도의 인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갈라진 민심=제주도의회는 김태환 지사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제주도는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반드시 도의회와 논의하라”며 제동을 걸고 있다.

지역 민심도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이승학 제주해군기지도민유치위 사무처장은 “국가 안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회라고 생각해 기지 유치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쪽은 “전체 도민투표에 부쳐 결정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서귀포시 강정동이 주민 총회를 거쳐 해군기지를 유치하겠다고 나서 사태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제주/전종휘 이완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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