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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서울을 첨단 명품도시로 만들것”

등록 2007-04-27 20:21

서울시 디자인본부장 된 권영걸 서울미대 학장
서울시 디자인본부장 된 권영걸 서울미대 학장
서울시 디자인본부장 된 권영걸 서울미대 학장
옥외 광고물 최우선 정리
에펠탑 같은 상징물 마련
버스 색 등 조화 이루게

서울시가 얼마 전 큰 사고를 하나 쳤다. 시에 디자인총괄본부를 만들면서 부시장급인 본부장 자리에 권영걸(56) 서울대 미대 학장을 영입한 것이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근대화 속에서 무질서하게 세우고 넓히고 깎기만 하던 서울이 권 교수를 ‘쉼표’로 삼아 숨 고르기를 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듯하다.

“메트로폴리스를 뭘 어떻게 디자인하겠다는 거지?”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미대 학장실을 찾았다.

권 교수는 미소를 머금은 채 “서울을 첨단 명품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명품’은 서울이 산과 강을 끼고 있는 천혜의 환경을 도시 디자인에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첨단’은 정보기술(IT) 강국의 수도로서 성격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성에서 나온 개념들이다.

여기까지 들어서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디부터 손 댈 계획이냐고 물었더니, 권 교수는 예상대로 ‘간판’으로 불리는 옥외 광고물을 우선 용의 선상에 올렸다.

“현재 서울의 간판은 건축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무 크고, 1개 업소가 최대 12까지 내걸 정도로 너무 많으며 문자와 그래픽 측면에서 너무 강렬해 자극적이다”라는 게 권 교수의 진단이다.

한국이 산업디자인에서 세계적 강국에 손꼽히지만 막상 도시를 들여다보면 황폐해 보이는 데는 간판의 책임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달 1일 취임하는 권 교수는 앞으로 3달 안에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시가 추진할 도시 디자인의 밑그림을 시민들에게 알릴 참이다. 여기에는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간판의 35%가 불법이라는 조사가 있다. 이것들만 걷어내도 서울은 평온한 도시가 될 것이다. 규제를 제대로 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간판 하나 멋대로 걸 수 없다.” ‘채찍’은 조만간 불법 간판들은 서울시와 자치구청에 의해 된서리를 맞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권 교수는 관 주도 규제만 갖고는 새로운 간판 문화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시민사회의 도시 환경에 대한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각종 진흥책도 가이드라인에 함께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그렇다고 서구 도시의 세련된 틀을 그대로 접목시킬 수는 없다. “디자인은 도시의 환경적 맥락 속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 교수는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업소 등에 내거는 간판의 일정한 틀을 정해주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크다. “현장에 가보면 획일화되고 통일된 규격의 간판을 거는 게 정비라고 보고 있는데 그건 전체주의적인 생각이다. 간판은 정보전달의 수단이자 도시환경을 아름답게 하는 요인이지만 점주에게는 표현의 공간이다. 다양성 속의 통일성, 통일성 속의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가 우리의 지향이라고 본다.”

간판말고 그가 또 관심 갖는 부분이 있다. 도시의 상징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파리의 에펠탑,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처럼 대형 건축물이 아니라 코펜하겐의 작은 인어상이 한 도시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는 머릿속에 생각하는 게 있지만 아직 말해줄 수 없다며 입을 꾹 다물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꿈꾸는 목표는 도시의 색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예로, 각종 색깔이 입혀진 버스들이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 색들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모든 공공 요소들은 큰 틀 안에서 그 색이 결정돼야 도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평생 교직에 몸담아온 그가 이런 새로운 개념의 작업들을 조직 속에 들어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 수준과 디자인을 통한 도시 혁신의 의지는 어떤 전문가보다 높다”며 “디자인총괄본부가 시장 직속이라 나는 시장에게만 보고하면 된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 시대 ‘서울의 쉼표’가 앞으로 얼마만한 크기의 느낌표를 시민들에게 안겨줄지 기대된다.

글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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