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공사를 하면서 도로 확장으로 지난해 4월 회현지하도상가의 기존 출입구 두 곳(9·10번)이 폐쇄됐다. 이후 본점 정문 앞에 출입구 한 곳이 새로 생겼지만, 출입구 계단이 꺾어져 진입하도록 설계된데다 단순한 벽돌구조물처럼 보여 시민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됐다.
“시설투자·마케팅 등 불황타계 노력부터”
상인들 “대기업에 상권 넘기나”
서울시가 침체된 지하상가를 살리기 위해 민간위탁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지하상가 상인들이 상권을 인근 대형 유통업체에 통째로 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최근 경기침체와 지상 건널목의 증가로 지하상가가 크게 위축되자 신당·명동·회현 3곳을 시범상가로 정해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민간위탁은 이명박 전 시장 때 결정된 사항으로, 공단은 우선 올해 안에 가장 침체된 곳(신당)과 좋은 입지조건에 비해 위축된 곳(명동·회현)에 민간위탁을 시범 추진한 뒤 성과가 좋으면 추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중 신당지하상가의 경우 이미 6·7월 두차례나 입찰이 유찰돼 명동지하상가에 끼워서 운영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의 정임준 상가경영팀장은 “전문 유통업체가 점포임대와 시설관리 등 운영 일체를 맡게되면 좀 더 쾌적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브랜드 가치도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하상가 상인들은 시가 불황 타개를 위해 적극적인 시설투자나 마케팅은 해보지도 않고 대기업 편만 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정인대 회장은 “오세훈 시장이 선거 공약에서 밝혔던 ‘도심 상권의 부활’이 결국 대형 유통업체와 재벌을 비호하는 정책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회현상가에서 양장점을 하고 있는 이혜선씨는 “신세계 본점이 재개발을 할 당시 지하상가 점포를 사들이겠다며 물밑 제안을 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매출이 더 부진한 다른 상가를 두고 명동·회현지하상가를 시범 선정한 것은 롯데·신세계백화점에 운영권을 넘기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같은 상가에서 안경점을 하는 이승환씨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재개장에 맞춰 건널목도 설치되고 없던 좌회전 신호마저 생겼다”며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도 ‘신세계 분수광장’이라고 홍보할 정도로 백화점은 혜택을 보고 있지만, 지하상가쪽은 백화점 앞 도로를 확장한다며 입구 하나를 폐쇄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 지하도 상가를 살릴 생각이라면 다니기 편하게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고, 안내판도 잘 만들어주는 등 노력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안은 없다”면서 “민간위탁이 결정된다 해도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2008년까지는 점포 운영이 보장되고 그 이후에는 공개입찰을 할 예정이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롯데·신세계백화점 관계자들은 “시로부터 공식적으로 민간위탁 계획을 들어본 적이 없고, 현재는 민간위탁에 참여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대형 업체에 민간위탁을 맡길 경우 상가 리모델링 및 매장 정리과정에서 영세상인들이 점포를 뺏기고 내몰릴 것”이라며 “인천 부평지하상가처럼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하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단쪽은 “신당상가만 해도 감정가만 20억 원인데 상인들이 그만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글·사진 이정애 기자, 김도원 인턴기자(서울대 외교3) hongbyul@hani.co.kr
그러나 공단쪽은 “신당상가만 해도 감정가만 20억 원인데 상인들이 그만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글·사진 이정애 기자, 김도원 인턴기자(서울대 외교3)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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