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호우특보가 확대되면서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됐다. 13~15일 사흘간 충남, 전북 지역에 400㎜ 이상 비가 쏟아지는 등 전국에 강한 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저녁 8시30분부로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단계를 3단계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30~80㎜의 강한 비가 내릴 전망”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사흘간 경기남부와 강원남부내륙 및 산지, 충북, 경북북부내륙 일부 지역은 300㎜, 전남 일부 지역에는 200㎜ 이상의 비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부지방 예상 강수량은 100~250㎜다. 이날 저녁 8시 기준 서울·경기·인천에 호우경보가, 강원·충남·전북·대전·세종 일부 지역과 서해5도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미끄러운 빗길은 교통사고로 이어졌다. 충북 진천군에서는 편도 1차로 내리막길을 달리던 시내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스포츠실용차(SUV)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가 부상을 입고 승객 6명 중 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전 공항철도 계양역 서울역 방향 구간에서 낙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단전이 발생해 열차 5대의 운행이 4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13일 비가 쏟아지는 서울 여의대로 위로 차량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길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는 강풍에 쓰러진 가로수가 전신주를 덮쳐 함께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나무 5그루도 쓰러지고, 인근 2123가구가 정전됐다. 전남 보성군 국지도 58호선 비탈면이 유실되면서 시민 1명이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전북 진안군 지방도 795호선도 이날 새벽 비탈면이 유실됐으나 오전 10시쯤 긴급복구가 완료돼 통행이 재개됐다. 북한산 등 10개 국립공원 249개 탐방로와 전국 하천변 165곳 입장이 통제됐으며, 도로 19곳과 둔치주차장 128곳 등도 통제되고 있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이날 한반도 서쪽에서 북상한 뒤 천천히 남하하면서 15일까지 길게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체전선이 비교적 오래 머무르게 되는 중부지방과 경북내륙 지역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 특히 충남과 전북의 예상 강수량은 400㎜ 이상이다.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에는 14일 오전까지 강한 비가 내리고, 14일 밤부터 15일 오전 사이에는 정체전선이 다시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경기남부, 강원남부내륙 및 산지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린 13일 오후 서울강남역 11번출구 옆 배수구 위로 빗물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우산을 써도 바지가 젖을 정도의 폭우가 시작되고 배수구가 막혀 제 기능을 못 하게 될 때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연합뉴스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많은 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기상청은 장마철이 시작된 6월25일부터 현재까지 약 2주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 200~300㎜, 전남 일부 지역은 600㎜ 안팎의 많은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기간 광주에는 638.7㎜, 전북 남원(산내면 뱀사골)에는 630.5㎜, 경북 영주(이산면)에는 610.5㎜, 전남 구례(성삼재)에는 579.5㎜의 많은 비가 내렸다. 서울의 경우 동대문구 341.5㎜, ‘극한호우’ 재난문자가 처음 발송된 동작구(신대방동)는 336.0㎜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손지민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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