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시각장애인 ㄱ씨는 지난해 6월 경찰서에 유튜버 ㄴ씨를 명예훼손, 모욕, 허위사실 적시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ㄴ씨가 인터넷 방송과 트위터 등에서 결혼도 하지 않은 자신의 처자식을 거론하며 비난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의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ㄱ씨가 인터넷 방송 등에서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아 ㄴ씨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했다. 이를 납득하지 못한 ㄱ씨는 해당 경찰관한테 “수사결과 통지서를 점자로 보내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찰관은 “그럴 의무도 없고 장비도 없어서 못 보내준다”며 거부했다. ㄱ씨는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28일 “ㄱ씨는 시각장애가 있어 점자 문서가 제공되지 않으면 본인이 당사자임에도 스스로 수사결과 등을 열람할 수 없다”며 경찰청장한테 점자 문서 제공과 관련한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판단의 근거는 점자법이다. 현행 점자법(12조의2)은 “공공기관 등은 시각장애인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일반활자 문서와 동일한 내용의 점자(전자점자 포함) 문서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고소 사건의 경우 고소인이 수사기관의 처분 결과를 문서로 받아볼 권리가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점자 문서 제공 안내서’를 보면, 시각장애인들이 수사기관에 주로 요청하는 점자 문서는 범죄피해안내서, 권리고지서, 사건 처분 결과통지서 등이라고 나와 있다. 권익위는 “일선 경찰관은 점자 문서 제공 관련 내용을 잘 숙지하고 시각장애인이 요구하면 점자 문서를 바로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