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인터뷰
“일상에서 반복되는 나무 학대·학살 분노, 시민행동으로”
“일상에서 반복되는 나무 학대·학살 분노, 시민행동으로”
올 2월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나무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제공.
충남 공주의 한 공원 나무.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제공.
“2년 전 제가 대표를 맡았던 페이스북 모임인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에서 무자비한 가지치기에 대한 시민제보를 받았고, 언론보도가 이어져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광주와 경기 성남 등에서 민간개발사업으로 아름드리 가로수들이 벌목됐다. 인천시 계양구는 ‘바람길숲 사업’을 한다며 멀쩡한 백합나무 가로수를 베어냈다. 서울시는 보행로를 확대한다며 돈화문로 양버즘나무를 베어냈다. 서울시 서대문구 스타벅스 앞의 가로수는 잔인하게 독살됐다. 전국의 가로수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결국 법·제도가 바뀌고 시민들의 의식이 달라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국적인 시민운동 연대체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최근 우석영 환경철학자가 에스앤에스(SNS)에서 ‘쌓이기만 하는 제보, 분노의 공유로 그쳐서는 안 된다. 법 제도를 바꾸는 실질적은 시민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적으로 가로수 벌목 등에 항의하는 시민 행동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나무학대, 나무학살에 대한 분노가 더 큰 시민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 ―도시나무 보호법에 관해 설명해준다면.
“최근 언론 등에서 종종 ‘가로수보호법’이 종종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보고 보호하는 현행 ‘동물보호법’처럼 모든 식물은 어렵더라도 적어도 큰 나무들은 재물이나 시설물이 아닌 생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개념의 법이다. 도시나무보호법은 여기에 ‘ 가로수’뿐 아니라 아파트, 학교, 상가 등 도시에 사는 모든 나무를 보호 대상에 포함한다. 특히 가로수보호법은 기존 생태 환경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제안해 울림이 더 큰 것 같다.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 나무.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제공.
“우리 눈에는 강전정(강한 가지치기)만 보이지만 지하에선 나무들이 뿌리를 뻗을 공간이 부족하다. 나무 생육을 위해 지금보다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서처럼 나무 크기에 따라 얼마만큼의 토양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 또 나무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려면 도로 공간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결국에는 차도를 줄이고 보행길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좁은 도시에서 나무를 위한 공간을 내줘야 사람도 혜택을 본다’는 인식을 가지고 도시계획, 교통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또 강한 가지치기가 왜 문제가 되는지 가지치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과 기준을 만들어 지자체 담당자와 작업자들을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 나무관리 여건이 복잡해 나무의 생리와 시민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나무를 조사하고 모니터링하고, 상호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지도를 만들고, 일상에서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동네 가로수를 아끼고 보살피는 시민의 마음과 행동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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