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탄 승객이 주차금지 구역에 대기해달라고 요청하자, 택시기사가 이를 거부해 승객이 택시에서 내렸다. 이런 경우를 ‘승차거부’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권익위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는 “승객 신고 내용만 고려해 ‘승차거부’라고 보고 택시기사에게 내린 서울시 경고 처분을 취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해 2월21일 오전 8시 택시기사 ㄱ씨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승객을 태웠다. 500m가량 택시가 이동한 뒤 이 승객은 회사에서 연락을 받고 “탔던 곳으로 돌아가 달라”고 했다. 탔던 곳으로 가자 이 승객은 “회사에서 다시 연락이 올 때까지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ㄱ씨는 “이 위치는 주차금지 구역으로 5분 이상 대기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두 사람은 승강이를 벌였고, 승객은 택시에서 내린 뒤 “도중하차(승차거부)”라며 ㄱ씨를 서울시에 신고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6월 ‘ㄱ씨가 승객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것보다 다른 예약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고 처분을 내렸다. 택시운송사업 발전법(제16조)은 ‘택시기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여객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ㄱ씨는 지난해 7월 중앙행심위를 찾았다. 그리고 중앙행심위가 당시 운행경로 등을 파악해 본 결과, 도중하차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해당 위치는 ㄱ씨 말대로 5분 이상 주차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주차금지구역이었고, ㄱ씨가 다른 승객을 태운 것은 약 1시간 뒤였다고 한다.
권익위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이번 결정은 승객 신고가 있더라도 ‘도중하차’로 처분하기 위해서는 승객과 택시기사 진술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 및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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