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중앙교회 김동환 목사가 8일 송기섭 진천군수에게 ‘아프간 돕기’ 성금을 전달했다. 진천군 제공
“사랑은 종교·이념을 넘어 돌고돌아 쌓이지요. 우리를 도왔던 사람들인데 우리가 돕는 게 당연하죠.”
충북 진천중앙교회 김동환(60) 담임목사가 8일 신도들과 함께 오전 진천군청을 찾아 ‘사랑’을 이야기했다. 교회 장로, 신도 등과 십시일반 모은 성금 300만원을 건네는 자리였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우리에게 온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이들을 사랑으로 품은 자랑스러운 진천군민을 위해 성금이 쓰이길 바랍니다.”
김 목사는 지난달 27일 아프간 기여자 390명이 진천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국가인재원)에 임시체류한다는 소식을 듣고 국가인재원 앞길에 ‘아프가니스탄 협력자들을 환영합니다’라는 펼침막을 걸었다. 일부 시민들이 불법이라며 철거를 요청해 군에서 펼침막을 뗐을 때, 군에 전화해 다시 걸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아프간 기여자들의 체류를 불안해하는 주민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갈 곳 없는 이들이니 우리가 보듬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도 어려울 때 도움받았잖아요.”
충북 진천중앙교회 김동환(왼쪽 둘째) 목사와 신도들. 2014년 중동에서 폭탄 테러를 함께 겪은 이들이다. 진천군 제공
그와 진천중앙교회는 테러에 관한 아픈 기억이 있다. 7년 전인 2014년 2월 교회 창립 60돌을 맞아 그는 신도 등 31명과 이집트·이스라엘 등으로 성지순례를 갔다. 이집트 시나이반도 타바시에서 이스라엘 국경으로 이동할 때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버스에 타고 있던 신도 김아무개(64)씨와 버스기사, 안내원 등 4명이 숨지고, 그와 신도 등 15명이 다쳤다. 그는 몸에 포탄 파편이 박혀 국내에서 두차례 대수술을 받았다.
그때 테러현장에 있었던 신도 3명도 이날 그와 함께 군청을 찾아 성금을 건넸다. “그날의 아픔, 충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죠. 상당수는 아직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요. 그 아픔을 알기에 아프간인들을 품어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2009년 12월부터 이 교회 담임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 목사는 신도들과 다달이 불우이웃 집수리, 홀몸노인 목욕봉사를 하고 있으며, 틈틈이 장애인 반찬나눔 활동도 한다.
“지역을 잘 섬겨야 한다는 전임 목사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어요. 오늘의 이 작은 성금이 마중물이 되어 아프간 기여자들과 진천 주민들을 위한 사랑이 차고 넘치게 쌓이기를 기도합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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