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응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 소속 국회의원 및 그 가족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익위는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의 의뢰로 지난 6월 말부터 이들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총 507명의 최근 7년간 부동산 거래를 조사해왔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23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2명과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 1명(김의겸 의원)의 부동산거래·보유 과정에서 본인 또는 가족의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조사 자료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송부하고, 해당 정당에도 결과를 전달했다. ▶관련기사 3면
권익위는 국민의힘 의원 12명(13건)이 각각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1건) △편법 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2건) △토지보상법·건축법·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의혹(4건) △농지법 위반 의혹(6건)이 있다고 판단했다. 열린민주당 의원 1명은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소속 의원은 법령 위반 의혹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응 권익위 조사단장은 “국민의힘 13건의 경우 본인 관련 8건, 배우자 관련 1건, 부모 관련 2건, 자녀 관련 2건이며, 열린민주당 1건은 본인 관련”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조사 자료를 특수본에 송부하고 국민의힘·열린민주당에도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다만,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조사 결과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해당 의원의 실명과 구체적인 의혹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2019년 3월 흑석동 상가 건물 구입 건으로 청와대 대변인에서 물러난 김의겸 의원(열린민주당)은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 건으로 지목된 게 자신이라며 “흑석 재개발 9구역에 관한 내용은 서울시 ‘클린업 시스템’에 모두 상세하게 나와 있고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특수본의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달 29일부터 국민의힘 의원 102명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437명을 포함해, 정의당과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비교섭단체 5개 야당 의원 116명과 그 가족 507명의 지난 7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난 5일 복당한 윤상현 의원과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신변보호 대상인 태영호 의원, 무소속 8명 등은 조사를 받지 않았다.
지난 6월9일 추경호(가운데)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오른쪽) 원내대변인,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다만 이날 조사의뢰는 ‘삼권분립 원칙’ 등을 이유로 감사원이 거부해 무산됐고, 국민의힘은 이틀 뒤인 6월11일 소속 의원 102명과 그 가족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이날 권익위 전원위원회는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일부 의원(더불어민주당 2명, 국민의힘 2명) 가족들의 소명 사유가 적절한지를 심의해 “관계두절·연락두절 등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돼 종결하고 수사기관에 송부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김 단장은 “조사 절차·범위 등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야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한편, 조그마한 의혹이라도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송부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지난 4월부터 진행해온 일련의 조사가 부동산 투기 행태를 획기적으로 근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권익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4명과 그 가족들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12명이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들에게 탈당 권유 조처를 내렸으나, 우상호 의원 등 5명은 탈당계 제출을 거부한 상태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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