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리물떼새 부부가 화옹간척지 안 가경작 농지에서 번식을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화옹지구 간척지 안의 모내기를 앞둔 논에서 희귀 조류 장다리물떼새가 집단번식을 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지난 29일 아직 써레질하지 않은 1천여 평 넓이의 논에서 여러 쌍의 장다리물떼새가 둥지를 만들고 알을 품고 있었다. 논 한 구획에서만 장다리물떼새 둥지 17개가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21일 처음 알을 낳는 모습이 발견된 이후 번식 둥지가 계속 늘어가는 추세다.
화옹지구는 1991년부터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서 우정읍 매향리까지 9.8㎞ 바닷물을 막아 간척한 곳으로 2006년에 처음 가경작을 시작했다. 간척지 곳곳에서 현재 모내기가 한창이다. 장다리물떼새가 집단번식을 시작한 논도 곧 모내기를 위해 써레질을 할 예정이었다. 알을 품고 있는 둥지를 발견한 화성환경운동연합과 한국물새네트워크 활동가들은 간척지 소유주인 한국농어촌공사와 영농인에게 장다리물떼새 서식지 보호 조처를 요청했다. 이미 논 한가운데 만들어 놓은 둥지서 한창 알 품기를 하고 있으니, 모내기를 한 달 정도 늦춰 희귀철새들의 번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소식을 들은 농어촌공사 화안사업단(단장 전창운)은 30일 이 구획을 직접 찾아 새가 번식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직후, 올해 이 논에서 농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장다리물떼새 부부는 이제 자연의 천적만 피하면 이곳에서 아기 새를 키워나갈 수 있게 됐다. 희귀한 나그네새로만 알려졌던 장다리물떼새는 지난 1998년 충남 서산간척지에서 처음으로 번식이 확인되었다.
화성/김진수 한겨레21 기자
jsk@hani.co.kr
둥지에 올라가 알을 품으려 하고 있는 장다리물떼새. 한 둥지에 4개의 알을 낳는다.
장다리물떼새가 석양 아래서 알을 품으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