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줄베도라치가 뱀고동류 조개껍데기에 숨어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다. 독도 코끼리 바위 부근 수심 5m 지점에서 촬영했다.
라면을 끓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국물과 면의 조화라고 한다. 이 둘의 조화는 어렵다. 국물의 맛이 면에 스며들어야 하지만, 면의 밀가루 맛은 국물로 배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고난도 기술이다.
물속에서 해양생물을 촬영할 때도 비슷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연과 생물의 조화이다. 말은 쉬워도 실제로 이루기는 어렵다. 찍고자 하는 생물이 자연환경에 자연스럽게 있어야 하고, 자연은 찍히는 생물을 압도하지 않아야 한다. 고난도의 감각기술이다.
완벽하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어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많은 수중 사진가가 어려움에 빠지고, 쉼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이다.
해양생물을 사랑하고 해양생물에 감동하고 해양생물에 애착이 가고 해양생물에 전율할 때, 그때 무엇인가가 나온다. 수중촬영의 길은 아직도 끝이 안 보인다.
두줄베도라치(
Petroscirtes breviceps)는 독도 연안 바위와 해조류가 많은 해안에서 볼 수 있다. 위험을 느끼면 소라껍데기 등의 구멍 속으로 숨어서 머리만 내놓고 밖을 주시한다. 집을 좋아하는 물고기다.
청베도라치과의 이 물고기는 다 자라도 11㎝인 작은 물고기다. 포식자 대응책으로 집에 숨는 것 말고 또 다른 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바로 독니를 지닌 물고기를 흉내 내는 것이다.
두줄베도라치가 흉내 내는 줄무늬독니베도라치. 송곳니로 신경독을 분비해 포식자를 물리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청베도라치과에는 줄무늬독니베도라치라는 물고기가 있다. 송곳니로 신경독을 내는데, 포식자한테 물리더라도 물던 입이 마비돼 빠져나올 수 있다. 두줄베도라치도 턱에 커다란 송곳니가 나 있다. 포식자가 이 모습을 보면 혼비백산 도망치겠지만 실은 독은 없다. 흉내 낸 것뿐이다.
두줄베도라치는 길고 좌우로 납작한 몸을 조개껍데기뿐 아니라 육지에서 떠내려온 깡통이나 병 등에도 잘 숨긴다. 그 깜찍한 모습이 종종 사진가의 눈길을 붙잡는다. 물론 독도에는 아직 그런 쓰레기는 없다.
김지현 군산대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