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원양해파리의 독성 촉수 사이에 어린 물릉돔이 숨어 있다(우산 아래 흰 윤곽). 독도 가제바위 부근 수심 4m 지점에서 촬영했다.
물속은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사방이 천적에 열린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물고기의 삶은 그래서 힘들고 위태롭다. 모든 생명체가 그런 위험을 견디며 살아간다.
물릉돔은 기발한 착상을 했다. 촉수에 독이 있어 포식자가 접근을 꺼리는 해파리의 촉수 사이 공간을 집으로 삼았다. 해파리는 촉수로 작은 물고기도 잡아먹으니, 포식자의 입속에서 피난처를 찾은 셈이다. 해파리는 몸통 중심부인 우산보다 최고 몇십배 길게 늘어뜨린 촉수에 걸리는 먹이를 잡아먹는다.
이 물고기가 해파리 촉수의 독에 면역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근거는 없다. 또 촉수 사이에서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데, 실제로 잡아먹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수수께끼의 물고기인 셈이다.
물릉돔 새끼는 정처 없이 움직이는 해파리 곁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늘 붙어 다닌다. 물속을 떠다닐 때 촉수를 길게 늘어뜨리는 해파리는 바닥에 내려앉으면 촉수를 움츠린다. 이때도 물릉돔은 옆에서 자리를 지킨다. 이렇게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진화 생태적으로 습득한 것이다.
어릴 때 해파리 촉수 사이에서 위험을 피하는 물릉돔은 50㎝ 크기로 자라 어느 정도 포식자의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되면 바다 밑바닥 부근으로 삶터를 옮긴다. 어릴 때 체고가 높은 달걀꼴이지만 어미가 되면 몸이 길쭉해진다. 어릴 때 반투명하던 몸 빛깔도 자라면서 어두워지고 지느러미는 검은색으로 바뀐다.
독도 바다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이다. 독도는 해저에서 화산이 분출해 2000m 이상 높이로 솟은 해산이다. 바다 밑을 흐르던 해류가 거대한 해산에 부딪혀 바다 표면으로 솟아오른다. 영양분이 풍부한 찬 바닷물이 표층으로 올라와 플랑크톤이 번성하고 생태계가 활기를 띤다.
동해의 회유성 물고기가 몰려들고 정착성 물고기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 독도 인근 해역의 생물종이 다양하고 수산자원이 풍부한 이유다. 물고기로는 볼락, 자리돔, 도화돔 등 냉·온대성, 온대성, 아열대성 어종이 모두 있다.
다이버가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생선으로 보느냐, 어종으로 보느냐에 따라 어부냐 학자냐 길이 갈린다. 물고기를 횟감으로 보는 한 사람과 차가운 피를 지닌 우리의 사촌 사이에 평화는 없다.
군산대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 박사